케이(K)뷰티가 단순히 피부를 가꾸는 화장품을 넘어, 착용 가능한 장신구로 진화하고 있다. 립밤은 반지로, 아이섀도는 키링(열쇠고리)으로, 향수는 목걸이로 재해석되는 식이다. 화장품까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K뷰티 브랜드들은 일상에 녹아드는 액세서리형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인수한 비건 뷰티 브랜드 ‘어뮤즈’는 대표 립 제품인 ‘젤 핏 틴트’를 키링형 케이스에 담아 출시했다. 또 손가락에 끼울 수 있는 반지 형태 립밤을 내놔 화제를 모았다.

어뮤즈의 반지 립밤./어뮤즈 제공

‘비나우’의 브랜드 ‘퓌(Fwee)’는 포켓 사이즈의 아이섀도 팔레트를 키링 형태로 출시하며 이동성과 꾸미기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 ‘데이지크’는 벚꽃 키링 형태의 블러셔를 출시했다.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로 유명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탬버린즈’는 펜던트처럼 착용 가능한 ‘퍼퓸 셰이드’ 라인을 출시해 향수를 목걸이로 착용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변화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꾸미기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Z세대는 패션뿐 아니라 가방, 휴대폰 등에 키링을 장식하는 등 ‘나만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세대다. 자신이 소지한 모든 사물에 개성을 투영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흔히 ‘백꾸(가방 꾸미기)’로 알려진 이 같은 특징은 Z세대 개인의 정체성 표현의 수단 중 하나다.

이는 비단 K뷰티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는 수년 전부터 ‘보여주는 화장품’ 전략으로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해 왔다.

글로시에 특유의 핑크 파우치, 로고 스티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리기 좋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브랜드 로고 스티커는 소비자들의 노트북이나 텀블러 등에 부착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쓰였다. 화장품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브랜드 팬덤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다.

Z세대의 뷰티 소비는 겉과 속이 모두 중요하다는 특징도 있다. 겉으로는 가방에 달고 다닐 만큼 감각적인 패션 소품을 추구하면서도, 제품 성분이나 제작 방식에는 윤리적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키링이나 장신구 형태의 소형 뷰티 아이템이 유행하면서 기능 외에 시각적 매력과 휴대성을 강화한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며 “화장품은 더 이상 파우치에 넣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