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와 패션이 전 세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미국과 일본에서 기존 강국인 프랑스 화장품을 제치고 수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 분야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해외에서 인정을 받은 뷰티·패션 브랜드들의 성공 스토리와 차별화된 제품 철학을 릴레이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아이라이너 등 스틱형 펜슬 단일 제품으로만 승부하던 작은 화장품 제조사는 어떻게 15년 만에 연 매출 2900억원의 글로벌 ODM(주문자제조생산) 강자로 성장했을까.
지난달 22일 경기도 수원시 본사에서 만난 배수아 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 대표는 “남들과는 다른 걸 선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성장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승부수를 띄운 그가 만든 변화는 한국 색조 ODM 산업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1997년 배은철 회장이 설립한 화장품 ODM 전문 기업이다. 펜슬류 제품(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등) 개발로 시작했다. 2021년 코스닥 상장 이후 생산 시설을 확대, 지난해 매출 28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기준 국내 4위 화장품 ODM 회사다.
지난 2009년 대학 졸업 후 부친의 회사에 합류한 배 대표는 당시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접 영업에 나섰다. 그는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제품이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직접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당시엔 집에 거의 안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그가 만든 첫 번째 히트작은 2013년 출시한 ‘젤라이너’다. 당시 대부분 펜슬형 제품만 만들던 시장에서 젤 제형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아리따움·에스쁘아 등 주요 브랜드들이 앞다퉈 채택했다. 이어 형광처럼 발색 되는 ‘야광 립크레용’으로도 주목받으며, 립 제품 ODM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국내 성공은 글로벌 진출로 이어졌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LVMH 등 대형 브랜드들과 협업했다. 최근에는 레어뷰티, 후다뷰티 등 미국의 셀럽 뷰티 브랜드와도 함께하고 있다. 창립 초 10억원대였던 연 매출은 올해 3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직원이 1000명이 넘지만, 배 대표는 고객사 영업 프레젠테이션도 본인이 한다. 개발부터 기획, 용기 디자인까지 최고제품책임자(CDO)로서의 역할도 병행한다. 그는 “고객사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먼저 제안한다. 그게 ODM의 힘이자, 씨앤씨가 브랜드 없이도 브랜드처럼 신뢰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최근 색조 중심에서 스킨케어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아직 매출 비중은 10% 남짓이지만, 내부 연구소 분할과 조직 보강을 통해 올해 100억원 규모의 스킨케어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과 글로벌 협업과 생산시설 확대 등으로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배 대표는 “우리 경쟁력은 빠른 기획, 빠른 제안, 빠른 피드백이다. 품질 클레임도, 고객 피드백도 즉각 반영되어 신제품으로 구현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직원 규모가 1300여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그 시스템이 잘 작동된다. 스킨케어도 금세 정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한 배 대표는 “일하는 여성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회사를 설계하고 싶다. 누구보다 그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아이를 가지는 것조차 어려운 시대라 회사가 더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이 눈치 보게 만들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게 회사를 키운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