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패션 쇼핑 플랫폼 무신사가 창사 이래 첫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비상 경영 체제는 2012년 무신사 법인이 설립된 지 13년 만에 처음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준모 무신사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전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사업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무신사가 지난해 처음 매출 1조원대를 돌파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터라 이번 비상 경영 선언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조2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2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698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이뤘다. 지난해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은 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비상 경영 배경은 올해 1분기 목표 거래액이 미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진은 향후에도 경기침체와 미국 상호 관세 영향으로 인한 의류비 인상 등으로 의류 소비 부진이 계속될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패션 시장의 소비 침체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플랫폼 중심 비즈니스에서 단기간 사업 영역이 확장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대내외 리스크 관리와 조직 운영의 복잡성이 증가한 만큼 선제적 관리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타운홀 미팅에서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 “비상 경영의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면서 “과감한 투자와 잘 짜인 계획대로 실행한다면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는 비상 경영의 일환으로 임원 주말 출근을 실시하고, 조직 통폐합 및 슬림화, 효율적 비용 집행 등을 추진한다. 실제 무신사는 올 초 브랜드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상품 기획 및 조달 부서를 통합하는 등 조직개편을 통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주요 사업인 플랫폼 외에 글로벌, 오프라인, 브랜드 사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패션 커머스 업계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의류 소비가 많이 일어나는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은 모두 줄었다. 올해 1분기도 날씨 영향 및 봄철 의류 매출 부진에 따라 백화점 3사의 패션 부문 실적은 부진했던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의류, 신발, 소형 가전 등 준내구재 소매판매액 지수는 108.1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