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닝(달리기)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러닝화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기존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강자들이 주춤한 가운데 ‘호카’나 ‘온(On)’ 같은 신흥 강자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유통업계도 러닝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 러닝화 등 관련 용품을 일상에 활용하는 ‘러닝코어’가 유행하면서 패션 플랫폼들의 관련 매출이 증가했다.
20일 한국의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운동화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이다. 이 중 러닝화 비중은 25%로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40%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닝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인기 운동으로 등극했다. 실내 헬스장보다는 감염병에서 안전한 데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시작이 가능해 진입장벽도 낮다.
국내에서는 젊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러닝크루(달리는 무리)’가 유행하면서 관련 문화가 확산 중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러닝 인구는 500만~6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닝 관련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러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나이키나 아디다스 위주였던 러닝화 시장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러너들에게 디자인과 성능 양측을 모두 잡은 러닝화 전문 브랜드들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다. 일례로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 한 ‘러닝화 계급도’에 등재된 신발 25개 중 나이키와 아디다스 제품은 8개뿐이다. 나머지는 호카나 온, 아식스, 뉴발란스 등 신흥 주자가 차지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러닝화 브랜드는 미국 운동화 브랜드 호카가 대표적이다. 호카는 러닝화 붐을 일으킨 대표주자로 20만~3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러닝화보다 2배 이상의 쿠션감을 추가하고 험난한 지형에도 적합하도록 신발 밑창(아웃솔)을 과하게 부풀린 제품으로 러너들의 선택을 받았다.
은퇴한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올리비에 베른하르트가 ‘부상당하지 않고 뛸 수 있는 러닝화’를 시작으로 만든 스위스의 ‘온’ 인기도 폭발적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나이키의 가장 큰 위협은 호카, 온 등과 같은 젊은 브랜드에서 촉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나이키 하향세가 확연하다. 나이키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23년 6월1일~2024년 5월31일) 영업이익 395억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692억원)보다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50억원으로 0.3% 하락했다. 아디다스는 한국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러닝화 시장이 커지면서 아예 레이스먼트, 런너스클럽 등 러닝 전문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점포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ABC마트, 에스마켓 등 슈즈 멀티숍 등도 러닝화 전문 매장을 출범하고 매장도 확대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러닝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러닝 전용관을 신설하고 백화점, 아울렛 등은 전문 브랜드를 유치하는 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 지하 1층에 스포츠 슈즈 전문관을 조성했다.
쿠팡은 지난달 ‘러닝 스페셜티’라는 이름의 전문관을 개설했다. 이곳은 입문자 단계부터 전문가까지 수요를 세분화해 구성한 점이 특징으로 푸마·뉴발란스·살로몬·나이키·호카·아디다스·미즈노·아식스·알트라·온 총 11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직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온 러닝은 작년에 한국에 처음 공식 진출해 1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첫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온은 올해 본격적으로 국내 전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