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입문한지 3개월 차인 직장인 이한나(33)씨는 골프복 쇼핑에 나섰다가 대여서비스를 알아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웬만한 골프복 브랜드의 모자부터 상·하의, 골프화까지 챙겨 입으려면 100만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실내 활동에 제약이 많아 친구들과 한 달에 한두 번 골프장에 나갈텐데 매번 똑같은 옷을 입기도, 여러 벌을 구입하기도 부담스럽다”면서 “1세트를 살 돈으로 10세트를 빌려입을 수 있고, 세탁이나 보관 등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골프채를 처음 잡는 20~30대가 늘어나자 골프산업도 함께 젊어지고 있다. 골프복 대여업체가 대표적이다. 최근 1년 새 서비스를 시작한 전국구 스타트업만 플렉스골프, 포썸골프, 더페어골프 등 3곳이다.
골프 스타트업들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구독경제에 익숙한 젊은층에 맞춰 사업을 운영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가 하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면 원하는 횟수만큼 골프복을 빌려주는 구독서비스 형태를 취했다.
골프 장비부터 골프 강습료, 골프장 이용료 등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MZ세대(198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 그중에서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겨냥했다. 여름 장마철이나 겨울 등 비수기가 뚜렷한 골프복을 매번 세탁하거나 보관하기도 번거롭다는 점에 착안했다.
국내 첫 골프복 대여 스타트업은 지난해 3월 설립된 플렉스골프다. 대여서비스는 지난해 8월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통해 겉옷, 상의, 하의, 잡화 등을 성별과 사이즈별로 대여할 수 있다. 제이린드버그, 타이틀리스트, PXG, 마크앤로나, 마스터버니에디션, 캘러웨이, 펄리게이츠 등 7개 프리미엄 골프복 브랜드의 제품을 정가의 10% 금액만 내면 원하는 날짜에 빌려 입을 수 있다. 대여서비스에 활용된 중고 의류를 소비자 가격의 절반 수준에 판매하는 플리마켓(벼룩시장)도 운영한다.
30대인 양철호 플렉스골프 대표는 젊은 골프 입문자들의 의상 대여 수요가 많을 것이란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 역시 아내와 골프를 시작했다가 필드에 나설 때마다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2030세대는 사진을 촬영하고 동행자들과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골프장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예쁜 골프복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봤다”면서 “회원 수가 매달 25%씩 증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매달 요금을 결제하면 1~3회 골프복을 대여할 수 있는 골프복 구독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문을 연 더페어골프는 처음부터 구독서비스 형태로 골프복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매달 약 6만~26만원을 내면 타이틀리스트, 제이린드버그, 세인트앤드류스 등 7개 브랜드 의류를 한달에 2벌, 4벌, 또는 무제한 대여할 수 있다.
박경두 더페어골프 대표는 “회원 평균 연령이 33~34세로 젊은 편이고,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 상의 유명인)와 연예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 동안 1만5000명이 웹사이트를 방문할 정도로 소비자의 호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5월 중으로 유명 골프복 브랜드 2~3개를 추가하고, 가을 시즌부터는 남성복 대여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신생 골프복 브랜드도 소개하고, 골프 강습이나 골프장 예약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종합 골프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골프장 이용객은 급증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의 이용객은 4673만명으로, 2019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연평균 이용객 증가율이 3%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패션업계도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젊은 ‘골린이’(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골프 입문자를 뜻함) 공략에 나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코오롱FnC)은 온라인 골프웨어 편집숍(여러 브랜드를 모아 파는 상점)인 ‘더 카트 골프’를 선보였다. 평상복 같은 자연스러운 디자인의 골프복 브랜드인 ‘골든베어’와 ‘왁’을 비롯해 단독으로 입점한 ‘퓨처레트로'와 골퍼를 위한 화장품 브랜드인 ‘골프 더즈 매터' 등이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회사 한섬(020000)도 영캐주얼 브랜드인 SJYP에 ‘골프라인 콜렉션’을 추가했다. 고유한 캐릭터인 ‘디노’를 디자인에 활용한 골프 의류와 잡화 등을 출시하고, 홍보를 위해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 LF의 캐주얼 골프복 브랜드 ‘더블플래그’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 입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