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업체 무신사가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으로 ‘물류’를 택했다. 단순 배송 효율을 넘어, 유통 주도권과 데이터 관리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일각에서는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단순 플랫폼을 넘어 유통 대기업으로 재평가받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10일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 행사에서 오는 2030년까지 해외 거래액 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일본·중국·중동 등으로 스토어 운영국을 확대하고, 중국 상하이·일본 오사카 등지에 오프라인 매장도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케이(K)패션을 해외로 직접 유통하겠다는 목표다.

무신사 로고. /무신사 제공

무신사의 글로벌 전략에서 물류는 차별화의 키(열쇠)로 꼽힌다. 일정 규모 이상의 브랜드라면 굳이 무신사를 거치지 않고 현지 플랫폼과 직접 협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무신사는 이 구조적 한계를 풀필먼트(통합물류)로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브랜드는 상품만 준비하면 되고, 무신사는 재고 관리, 통관, 현지 배송, 반품까지 책임지는 원스톱 물류 서비스인 MFS(무신사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한다. 오는 8월부터 이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하고, 국내 스토어와 글로벌 스토어 간 입점 연동 시스템도 제공할 계획이다.

현지 물류 거점에 재고를 미리 배치하는 ‘전진 배치’ 전략을 통해 일본에서는 기존 일주일 이상 걸리던 배송을 1~2일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일본에서는 이미 ‘마뗑킴’ 등 일부 브랜드를 대상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마뗑킴의 경우 서비스 도입 이후 일본 하루 평균 거래액이 75%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신사는 국내 물류센터에 재고만 입고하면, 글로벌 주문까지 자동 대응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여기에 국내와 글로벌 스토어를 시스템적으로 연동해, 판매 채널별 수요에 맞는 재고 배분도 자동화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무신사 풀필먼트를 활용하는 순간 물류 부담이 사라지고, 해외 진출 장벽도 낮아진다. 동시에 무신사의 시스템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 관리까지 할 수 있어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이는 브랜드 입장에선 편리함이지만,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채널’로 무신사를 인식하게 만드는 락인(이용자 묶어두기)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신사로서도 글로벌 확장을 위해선 더 많은 브랜드가 자사 풀필먼트와 플랫폼에 입점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이번 물류 중심 전략은 단순한 배송 혁신이 아닌, 플랫폼의 정체성을 유통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한다. K패션 생태계와 동반 성장하겠다는 명분과, 상장을 앞둔 기업으로서의 실질적 기업가치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맞물린다. 물류가 무신사 성장의 ‘핵심 축’이 된 셈이다.

물류 인프라 구축에는 고정비 부담이 따르지만, 무신사는 이를 실물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보고 있다. IPO를 추진 중인 무신사는 물류를 통해 단순 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유통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으로 재평가받겠다는 목표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상장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이번 선택은 단순히 물류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패션 플랫폼이 글로벌 유통까지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