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오아시스)이 티몬을 인수한다. 현재 약 2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오아시스는 400~500만명의 티몬 회원 및 셀러(판매자) 인프라를 확보하며 종합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

23일 서울회생법원은 티몬 측 관리인의 요청에 따라 회생계획안 강제 인가 여부를 검토한 결과, 티몬 측 회생계획안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아시스는 남은 절차를 거쳐 티몬을 인수할 전망이다.

티몬은 앞서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상거래채권자 조(중소상공인 및 소비자)로부터 법정 동의를 얻지 못해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다. 그러나 티몬 관리인 측은 채무자회생법 제244조에 따라 권리보호조항을 제시하며 강제인가를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오아시스마켓 로고. /오아시스 제공

서울회생법원은 ▲청산가치 보장 ▲회생채권자의 절반 이상(59.47%) 동의 ▲계획안 이행 가능성 ▲고용 유지 효과 등을 근거로 “모든 이해관계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생담보권자 및 회생채권자 전체의 이익뿐 아니라 근로자의 고용 안정까지 고려할 때 회생계획안 인가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116억원을 투입해 티몬을 인수하고, 이 중 수수료 등을 제외한 약 102억원을 채권 변제에 사용한다. 또 오아시스는 인수 대금 외에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에 65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인수 자금은 전액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충당한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149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42% 수준이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계기로 유통망과 고객층을 확대할 기반을 얻었다. 오아시스는 지난 2011년 설립한 유기농 식품 판매 기업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구축한 생산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8년 온라인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을 출시해 신선식품 새벽 배송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올해 3월 기준 오아시스 회원 수는 200만명 수준으로, 아직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을 확장해 온 티몬의 활성화 회원 수는 400만~500만명으로, 오아시스마켓의 2배가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아시스 입장에선 인수 이후 최대 700만명의 잠재적 회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인수로 오아시스는 티몬 플랫폼에 입점했던 수만명의 판매자 네트워크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티몬 인수로 오아시스가 판매 채널과 유통망을 늘리고, 신선식품을 넘어 종합 유통 플랫폼으로 확장할 기반을 얻게 됐다고 평가한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뉴스1

오아시스는 현재 전국 5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고, 추가 물류센터 확보를 통해 전국 단위 새벽 배송 확대를 진행 중이다. 오아시스는 이 물류망을 티몬의 광범위한 고객 주문에 활용하면서 배송 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용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미정산 사태 이후 티몬 플랫폼의 신뢰도가 훼손되면서 판매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오아시스 측은 “영업 재개 시 피해 판매자들에게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3~5%)를 적용하고, 판매 대금을 다음 날 바로 정산받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티몬 인수가 오아시스의 IPO(기업공개) 재도전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오아시스는 지난 2023년 한차례 IPO를 시도했으나, 당초 오아시스가 목표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 당시 오아시스는 최대 1조2500억원 수준의 평가를 원했지만, 기관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이 인정한 몸값은 6300억원에 불과했다. 타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인지도가 낮고 규모가 작다는 것이 이유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 회생절차를 밟아온 티몬은 최근 이번 인수를 앞두고 1년여 만에 경력직 채용 절차를 시작했다. 직무는 가전·디지털 카테고리의 상품·신규 파트너 소싱 업무를 담당하는 상품기획자(MD)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 근무지는 서울 종로구 더케이트윈타워에 있는 오아시스마켓 모회사 지어소프트 본사로 각각 명시했다.

오아시스는 회생 계획안 인가 이후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플랫폼을 다시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티몬은 최근 일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7월 중순 재오픈 계획을 알리는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오아시스는 13년 연속 흑자를 유지해 왔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2022년 48억원 ▲2023년 127억원 ▲2024년 223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5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