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케이(K)-뷰티 열풍’에 힘입어 생산과 수출을 확대 중인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올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가 하반기 변수로 떠오르면서, 업체들은 오프라인 채널 확대 및 수출 지역 다변화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192820)는 올해 2분기 매출 6479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5%, 영업이익은 31.6% 늘어나는 것이다.
앞서 코스맥스는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 매출(5886억원)을 기록했는데, 2분기에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전망이다. 코스맥스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공장을 갖췄다. 연간 제품 생산능력은 17억7000만개를 넘어선다.
코스맥스와 함께 OD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콜마(161890)는 2분기 매출 7390억원, 영업이익 80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은 11.9%, 영업이익은 12.1% 늘어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한국콜마는 특히 선크림 분야에 강점이 있는데, 미국 내 K-뷰티 열풍을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브랜드 조선미녀의 ‘맑은쌀 선크림’ 등의 생산도 맡고 있다.
브랜드 ‘메디큐브’를 앞세워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에이피알은 2분기 실적 추정치가 매출 2703억원, 영업이익 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8%, 영업이익은 87.7% 증가하는 것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 1분기 미국에서 메디큐브 브랜드로만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화장품 업체의 단일 브랜드 가운데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이다.
이른바 ‘승무원 미스트’로 불리는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제품으로 이름을 알린 달바글로벌(483650)은 2분기 매출 1284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4%, 104% 늘어나는 것이다. 달바글로벌은 지난달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공모가의 2배가 넘는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기 실적에 대한 전망은 밝으나, 하반기에는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행정부는 지난 4월 9일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한 뒤 각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간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달 9일부터 당초 예고한대로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관세율은 25%에 달하기 때문에, 한국 업체로선 미국 내 가격 인상 유인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 화장품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대미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54.3% 증가한 17억1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화장품 수입 시장 내 한국 제품 비율도 전년보다 5.9%포인트(p) 상승한 22.4%를 기록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 미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무대를 넓히며 사업 외형 확대와 안정화를 동시에 꾀하는 중이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단골 고객층을 확대해 관세 충격을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미국 내 유통 체인들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입점을 늘리는 추세다. 미국 대형 할인마트 체인 타깃(Target)은 매장 내 K-뷰티 전용 섹션을 연내 전 매장으로 확대하고, 입점 브랜드를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채널인 월마트(Walmart)도 지난해 말부터 뷰티 전문 코너 ‘뷰티 스페이스’를 열고 한국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 다변화 흐름도 관측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국내 화장품의 유럽 수출액은 5억1000만달러(약 6950억원)로 같은 기간 미국(4억9000만달러·약 6684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중동, 중국 시장에서도 수출액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재고 소화와 관세 부과 영향 등으로 미국 수출이 다소 둔화했으나,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를 중동과 유럽 지역의 성장으로 상쇄하고 있다“며 ”향후 브랜드사의 지역 저변 확대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