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6회 대륙간백화점협회(IGDS) 월드 백화점 서밋(WDSS 2025)'에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지난해 연매출(연간 거래액) 3조원을 돌파한 서울 잠실점을 오는 2028년까지 4조원대 매장으로 육성하겠단 목표를 내놨다.

정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16회 대륙간백화점협회(IGDS) 월드 백화점 서밋(WDSS 2025)’에서 “잠실점은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해에만 포켓몬 타운 등 340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연 덕에 방문 고객 수가 5년 전보다 28% 늘었다. 전체 고객 중 20~30대 비중은 42%에 달했다. 잠실점은 전날 저녁 열린 ‘WDSS 2025’ 시상식에서 태국 센트럴 백화점 치들롬에 이어 ‘세계 최고 혁신 백화점’ 2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정 대표는 ‘K리테일 및 K경영’을 주제로 국내 백화점 산업의 진화 과정을 조망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롯데백화점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VIP 서비스 강화와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콘텐츠, 외국인 관광객 확보 등을 꼽았다.

정 대표는 “지난 5년간 전체 인구는 정체한 반면, 부유층은 30% 늘었다”면서 “VIP 매출이 전체의 62%를 차지한다”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 고객의 연간 지출액은 3만5000달러(약 4800만원)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반면, 상위 1~5% 고객은 6500달러(약 883만원), 95% 고객은 379달러(약 51만원)로 각각 전년보다 1.5%, 6.7% 줄었다.

정 대표는 VIP를 겨냥해 롯데백화점은 브랜드 협업과 문화 경험 제공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까르띠에, 불가리, 반클리프 아펠 등 14개의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참여하는 ‘하이 주얼리 페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단독 행사로만 1900만 달러(약 25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며 ‘하이 코스트, 스트롱 리턴(고비용, 강한 수익)’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백화점 미래전략 포럼인 '제16회 IGDS 월드 백화점 서밋'에서 강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정 대표는 국내 백화점이 취해야 할 주요 전략으로 대규모 주요 도시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럭셔리, 뷰티뿐만 아니라 아동, 스포츠, 전자기기 등 카테고리의 다양화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젊은 층을 끌어내야 한다”며 “고차원의 디지털 변화를 전 영역에 걸쳐 적용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다.

또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을 두고 ‘유통의 혁명’이라고 칭해 눈길을 끌었다. 정 대표는 발표 뒤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과 다르게 공간 혁신을 꾀한 것이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잠실점 리뉴얼(재단장)이 더현대서울이 만들어낸 에볼루션(진화)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롯데백화점의 변화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톱다운(하향식) 보고 방식을 가지기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창의적 생각을 제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2021년 롯데백화점 대표로 오면서 의사결정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이제는 프로젝트 리더가 결정의 핵심이다. 다른 의견을 내는 팀원이 주변에 있고 새로운 모티베이션(동기 부여)의 요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이 IGDS와 공동 개최한 ‘WDSS 2025’은 이달 11~12일 이틀간 개최됐다. ‘고객을 사로잡는 최고의 방법’을 주제로 연 올해 서밋에는 영국 리버티 백화점,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일본 시부야 파르코, 몽클레르,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내외 유통 전문가 20여명이 연사 및 패널로 나섰으며, 300여명의 유통 관계자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