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최근 방한 관광객 증가에 따른 ‘만실 특수’를 맞고 있다. 한류 콘텐츠 인기, 각종 국제 행사가 겹치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발걸음이 증가한 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인력 유출과 폐업 등으로 인한 인프라 공급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5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8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4월 말 누적 기준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550만명을 넘어 이전 역대 최고치인 2019년을 뛰어넘었다. 4월 한 달간 171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은 덕이다. 2019년 1~4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547만 7312명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외래 관광객 수가 2019년의 1750만명을 넘어 2000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방한 관광객 증가 배경에 대해 ▲케이(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 ▲팬데믹 이후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 증가 ▲비자 완화 같은 정부 정책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한류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목적 외에도 최근 원화 약세(환율 상승)에 따른 쇼핑·미용·의료 관광 수요도 늘었다.
호텔업계는 연일 만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은 최근 약 90%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도 예약률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조선팰리스·웨스틴 조선 서울 등 서울 주요 5개 호텔의 5월 평균 객실 예약률은 지난해 약 84%에서 올해 86%로 높아졌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5월 방문객은 극성수기인 지난해 8월 기록을 경신했다. 객실 예약률도 87.6%를 기록하며 지난 4월(86%) 세운 자체 기록을 갈아치웠다. 호텔이 통상 특이 상황 대비용 일부 객실을 남겨두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 만실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관광객 수가 급증하는 데 비해 공급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팬데믹 시기 폐업과 인력 유출 등의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수는 6만708실로, 2021년 말(6만1483실)보다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 관광객 수가 약 97만명에서 약 1600만명으로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숙박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상승 여파로 신규 호텔 개발은 사실상 멈췄다. 서울시는 ‘2026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늘어나는 숙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숙소 부족과 인건비 상승은 호텔 요금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관광객 유입 확대를 뒷받침할 인프라 정비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업계 안팎에선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관광객 수요 증가가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숙박 요금 급등, 예약난, 중저가 숙소 부족 등은 개별 여행객이나 단체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3분기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 비자가 면제돼 공급 부족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크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단체 또는 개별 관광객들이 편하게 묵을 수 있는 3~4성급 실속형 호텔 공급을 유도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폭증하는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한국 관광 산업에 찾아온 기회가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