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 시장에서 구다이글로벌의 인수합병(M&A) 행보가 거침없다. 천주혁 대표가 이끄는 이 회사는 ‘한국의 로레알’을 꿈꾸며 공격적인 브랜드 인수로 뷰티업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급격한 외형 확장으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속적인 M&A로 차입금이 불어나고 있고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뷰티업계에서 인수 브랜드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지도 확실하지 않은 탓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독도토너 브랜드로 알려진 라운드랩 운영사 서린컴퍼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거래 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한 해 동안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크레이버코퍼레이션 등 3개 뷰티 브랜드를 인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여기에 서린컴퍼니까지 품게 되면 구다이글로벌의 올해 매출은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496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2335억원), LG생활건강(2476억원) 등 기존 양대 화장품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구다이글로벌은 화장품 유통 사업을 하던 천주혁 대표가 2015년 설립한 회사다. 2019년 처음 인수한 브랜드 조선미녀가 미국 아마존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K뷰티 인기 확산과 함께 미국 온·오프라인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이 브랜드는 2020년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4년 32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성공을 발판으로 구다이글로벌은 본격적인 M&A에 나섰고, 글로벌 유통력을 확보한 브랜드들을 인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한 뷰티 플랫폼 구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 취향이 다변화되고 유통 채널이 분산되는 환경에서, 하나의 브랜드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구다이글로벌은 색조, 스킨케어, 기능성 등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 담아내며 유통 협상력과 투자 매력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일종의 ‘어그리게이터(aggregator)’ 모델을 본격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수의 중소 독립 브랜드를 인수해 하나의 기업 플랫폼 아래 운영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는 로레알이 이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K뷰티 업계에 이런 전략을 펼치는 곳은 구다이글로벌이 처음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단일 브랜드가 유행에 맞춰 성공했다가 사라지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실제 2010년대 중반 K뷰티 붐을 이끌었던 로드샵 모델 브랜드들은 글로벌 확장 실패와 함께 빠르게 쇠퇴했다. 구다이글로벌은 단일 브랜드 의존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브랜드 간 시너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과도 구별된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은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내부에서 기획·출시된 자체 브랜드다. 반면 구다이글로벌은 외부에서 이미 성공한 독립 브랜드들을 인수해 각 브랜드의 개성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있다. 최근에는 ODM(제조자 개발 주문 생산) 업체인 한국콜마 출신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등 내부 조직도 정비하고 있다.
다만 급격한 외형 확장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구다이글로벌의 단기차입금은 2023년 기준 9억원에서 2024년 360억원으로 증가했다. 인수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문제도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의 전략은 지금까지의 단일 브랜드 중심 K뷰티 모델을 넘어선 실험”이라며 “이들이 과연 인수 브랜드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