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애플리케이션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가 지난해 창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2024년 매출은 2879억원, 영업이익은 5억7000만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억900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실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여선 안된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버킷플레이스 실적 구조를 보면, 이번 흑자가 회계기준 변경으로 만들어진 ‘숫자상 착시’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탓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 대신 국내 일반기업회계기준(GAAP)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RCPS(상환전환우선주)의 회계 처리 방식 때문이다. RCPS는 이름은 ‘우선주’지만, 일정 조건 하에서 언제든 상환을 요구할 수 있고, 보통주로도 전환할 수 있는 성격이다. 버킷플레이스는 투자금 대부분을 RCPS로 유치했다.

그래픽=손민균

주목할 것은 회계기준에 따라 이 RCPS를 ‘부채’로 보느냐, ‘자본’으로 보느냐가 갈린다는 점이다. 국제기준(IFRS)에선 RCPS를 부채로 분류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전환권(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더 많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조항)도 파생상품 부채로 계산해 매년 손실을 반영한다. 반면 GAAP은 RCPS 전체를 자본으로 본다. 파생상품 평가손실도 아예 계산하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처럼 안전하고, 회사 입장에선 ‘자본’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조다.

회계기준을 바꾸면서, 버킷플레이스는 2023년과 비교해 지난해 회계상 부채가 약 1조원 줄고, 자본은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IFRS 기준으로는 578억원 적자였지만, GAAP 기준에서는 23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즉, 600억원이 넘는 손익 차이가 회계 기준 변경만으로 발생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기업’에서 ‘자본 우량 기업’으로 이미지가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현금 흐름이나 영업활동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두 기준 간 차이가 50억원 미만이다. 오늘의 집의 ‘흑자 전환’은 실질 수익 개선보다는 회계상 처리 방식을 바꾼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한 이유다.

물론 플랫폼의 자체 성장 동력은 존재한다.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는 도입 1년 만에 거래액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해 누적 1조원을 돌파했고,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앱·웹 합산 기준 약 10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자체 가구 브랜드 ‘레이어’ 출시, 광고주 확대, 일본 커머스 확장 등 미래 전략도 구체적이다. 다만 RCPS는 상환청구권과 수익보장 조건이 붙은 ‘준부채’ 성격의 투자로, 향후 기업공개(IPO) 전까지는 여전히 재무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권순환 마일스톤 회계법인 부대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를 유치하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오늘의집과 유사한 사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