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5월 24일 오전 5시 23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가맹점주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유사한 공약을 내세우며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맹점주 측은 본사의 일방적인 갑질을 방지해 자영업 생태계를 개선할 것이라며 환영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침해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담겼다며 우려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주끼리 단체를 만들어 공정위 또는 시·도지사에 등록하면, 가맹 본사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점주들에게 마치 기업의 노동조합처럼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가맹본부는 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에 불응 시 시정명령 등 제재를 부과받는다. 점주들이 단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가입자 비율 또는 숫자, 협의 횟수·주제 등에 대한 기준은 대통령령에 따라 결정된다.
개정안은 지난 2023년 12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지만 상정이 불발돼 한차례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재발의됐고, 올해 4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이에 따라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의 기간을 거쳐 본회의 자동 상정되고, 이후 60일 안에 표결 처리가 가능해진다. 약 3년이 남은 22대 국회 임기를 고려할 때, 법안은 내년 상반기 공포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가맹점주를 비롯해 대리점주·수탁사업자·온라인플랫폼 입점사업자 등의 협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10대 공약에 담아내기도 했다. 가맹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은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단체 협상권이 생기면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나 불공정한 거래 조건 설정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는 가맹본사가 협상 요청을 무시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고, 공정거래위원회 분쟁 조정 신청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점주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측은 “가맹점주 등의 협상력 강화는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단체 협상권은) 불법·불공정과 불합리의 근본적 원인인 힘의 불균형을 일정 부분 시정해 공정하고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본사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마저 침해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개정안에 일부 독소 조항이 포함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우선 개정안은 가맹점주들이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단체를 만들 수 있는 ‘등록제’를 채택했는데, 이에 따라 다수의 단체가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업계는 단체마다 협의 내용이 같거나 유사한 경우, 하나의 절차로 한 번에 협의할 수 있도록 해 불필요한 업무력 소모를 줄여 달라고 주장한다.
또한 개정안에 따르면, 점주 단체가 협의 요청 권리를 악용해 본부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해도 본사가 대응할 수단이 없다. 이에 경영이 위축될 우려가 크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타 가맹점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는 업무를 방해하거나, 타 점주의 손해를 유발한 점주 단체는 등록이 취소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할 것을 요구한다.
가맹본사가 협의를 요청한 점주 단체의 구성원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도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경우 익명성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업계는 점주 단체가 협의를 요청하는 경우 구성원 명부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국회와 적극 소통해 개정안 내 일부 조항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