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폼은 단순한 가구 브랜드를 넘어 가족의 유산과 철학을 담은 ‘삶의 프로젝트’입니다. 2주 전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신제품을 선보였는데 한국은 새로운 컬렉션이 처음으로 출시되는 시장입니다. 우리는 서울을 큰 잠재력을 지닌 도전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줄리아노 갈림베르티(Giuliano Galimberti) 플렉스폼(Flexform)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가구 업체 인피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플렉스폼은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신제품 컬렉션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플렉스폼은 1959년 이탈리아 북부 브리안차(Brianza) 지역에서 갈림베르티(Galimberti) 가문이 설립했다. 절제된 우아함과 기능미가 특징이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고수하는 철학 아래 모든 제품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제작된다. 브랜드 고유의 장인정신과 고급 소재를 통한 완성도 높은 디테일로 정평이 나 있다.
갈림베르티 CEO는 플렉스폼 창립자 가문의 3세대이자 현재 수출 영업을 총괄하는 대표다. 그는 “가족 구성원들이 회사의 다양한 부문을 책임지고 있고, 그 중에서도 수출 영업을 맡고 있다”며 “플렉스폼은 전체 생산량의 약 80%를 8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한국에 온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에서 가족기업은 유산, 전통, 책임의 상징이다”라며 “부모님과 친척이 세운 회사를 이어가는 것을 일이 아니라 책임이자 자부심으로 생각한다.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그만큼 깊이 있게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라고 했다.
플렉스폼은 전 세계 최고급 호텔들이 선택한 가구다. 아만 뉴욕, 불가리호텔 파리·도쿄, 리츠칼튼 레지던스 마이애미 비치, 두바이 에디션 등이 호텔 로비 라운지와 객실에 플렉스폼 가구를 들였다.
특히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파사라쿠아 호텔이 플렉스폼 가구로 꾸며졌다. 파사라쿠아 호텔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인근 코모(Como) 호수에 있다. 지난해 영국 미디어 기업 윌리엄 리드 ‘피프티베스트(50 Best)’가 선정한 세계 50대 호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6월 문을 열었지만 건물 자체는 18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곳이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와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1874~1965) 등이 머물렀다. 이곳에 플렉스폼의 알프레드 소파, 플라이 커피 테이블, 리산드르 안락의자, 구시오 소파, 리비에라 사이드 테이블 등이 들어갔다.
갈림베르티 CEO는 “플렉스폼은 기본적으로 주거 공간을 위한 브랜드다”라면서도 “제품의 내구성, 품질, 디자인이 뛰어나기 때문에 럭셔리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 공간에도 적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호텔 등 기업간거래(B2B)를 위한 별도 제품을 만들지 않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 그대로를 사용한다”며 “뉴욕의 최고급 호텔부터 개인 고객까지 동일한 제품이 쓰인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플렉스폼의 제품은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산업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를 비롯한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들이 주도한 브랜드다. 치테리오는 전 세계 불가리 호텔, 밀라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생모리츠의 바드루트 호텔 등을 설계하고 인테리어 작업에서 플렉스폼 가구를 적극 활용하며, 공간 전반에 예술성과 절제된 세련미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테리오는 플렉스폼 가구 디자인에도 깊게 관여했다. 2001년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그라운드피스(Groundpiece)’ 소파는 플렉스폼을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소파의 팔걸이를 선반처럼 활용하는 혁신적 구조와 함께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122cm 또는 97cm의 깊이 옵션을 제공한다. 이러한 새로운 구조는 이후 다수의 브랜드에 벤치마킹 되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선 인피니를 통해 신제품을 출시했다. 플렉스폼의 미학은 인피니의 브랜드 철학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1989년 설립된 인피니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디자인 유산을 토대로, 사람과 디자인의 관계를 성찰해온 하이엔드 가구 전문 기업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인피니는 플렉스폼을 국내에 소개하며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디자인 컬렉션을 선보인다.
인피니 관계자는 “청담 플래그십 매장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신제품은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물며, 공간에 유기적인 흐름을 불어넣는 디자인이 특징”이라며 “간결한 실루엣과 정교한 균형감, 그리고 사용자의 감성을 고려한 기능성과 편안함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가구 역할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렉스폼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한국 고급 가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이탈리아 고유의 장인정신과 디자인 정체성을 폭넓게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