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창립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낸 컬리가 미국 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컬리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 각각 미국 공식 계정인 ‘컬리USA’ 몰을 열고 이르면 오는 7월 미국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컬리의 상품을 미국으로 역직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미국 역직구 사업을 위한 컬리USA 몰 개설을 검토 중이다. 컬리는 지난해 9월 미국 H마트에 가정간편식(HMR)을 입점해 미국 시장을 테스트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싱가포르 레드마트, 홍콩티비몰 등에 브랜드관을 열고 냉동 간편식을 판매했다. 그러나 해외 고객을 타깃으로 별도 쇼핑몰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컬리USA의 SNS 계정에는 미국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다. 컬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주문 후 48시간 내 미국 전체에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특송사와 협의 중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컬리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컬리 관계자는 “역직구 방식의 미국 사업을 준비 중인 건 맞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는 없다”면서 “SNS 계정은 해당 사업부가 시장조사 차원에서 개설한 것으로, 언급된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에선 최근 몇 년간 구조적 안정화 작업을 통해 이번 분기 흑자를 실현한 컬리가 해외 판로 확대를 통해 몸집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컬리는 2015년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새벽 배송(샛별배송)하는 서비스로 국내 유통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지만, 이를 위해 단행한 대규모 투자로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감내해야 했다. 2015년 53억원 수준이던 영업손실은 2022년 2335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물류 부문을 내재화하고 기술과 데이터를 통한 기반 마련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영업손실은 183억원으로 줄이고, 조정 상각전 영업이익(이하 EBITDA) 흑자를 달성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약 18억원을 기록하며 그간의 적자 기조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컬리의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조1956억원, 거래액(GMV)은 12% 증가한 3조114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성장률(거래액 기준 5.8%)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높다.

다만, 시장에선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컬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컬리가 네이버와 손잡고 연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이유도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한 일환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북미 등 해외시장에서 K푸드와 K뷰티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사세 확대의 배경으로 보인다. 섣부른 추측이지만, 일각에선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IPO시장을 다시 노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나선 유튜브 콘텐츠 '소피의 킥'. /유튜브 캡처

전날(21일) 서비스 출범 10주년을 맞은 컬리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고 있다. 출범 초 샛별 배송 서비스를 강조했다면, 상품의 품질을 알리는 데 방점을 뒀다.

먼저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가 직접 나서 컬리의 대표 상품을 소개하는 ‘소피의 킥’을 매주 한 편씩 선보인다. 김 대표가 추천하는 떡볶이와 밀키트 등을 비롯해 취향에 맞는 식빵을 찾는 법 등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컬리의 브랜드 모토인 ‘좋은 상품’과 큐레이션 역량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AKMU 이찬혁을 모델을 기용한 캠페인 광고도 내놨다. ‘짧은 인생을 좋은 것’으로 채우자는 슬로건으로 담아 컬리를 통해 다양한 식자재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컬리 관계자는 “서비스 출범 이래 끊임없이 추구해 온 ‘좋은 상품’이라는 근원적 정체성을 수직·수평으로 펼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