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가구업계 양대 산맥인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올해도 치열한 1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샘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 현대리바트는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비즈니스 전략을 고수해 왔지만, 최근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B2B 매출이 주춤하자 두 회사 모두 B2C 시장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434억원, 영업이익 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 50.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는 매출 4378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9.9%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B2B 매출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한샘의 1분기 B2B 매출은 11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 줄었고, 현대리바트도 B2B가구 매출이 1571억원으로 17.2% 감소했다.
한샘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대형 입주물량 축소 등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과 환율 상승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건설경기 불황으로 빌트인 가구 공급 물량이 줄며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빌트인 가구는 아파트 분양 시 주방·붙박이장 등에 설치되는 가구다. 특히 현대리바트는 대형 건설업체에 빌트인 가구를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매출의 70% 이상을 B2B에서 올린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리바트 1분기 실적과 관련 “아파트 입주 물량 하락으로 빌트인 가구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라며 “빌트인 가구 매출은 2024년 5153억원 정점 이후 올해는 25% 하락한 3865억원으로 추정되며, 2027년까지는 3000억원 중후반대의 저조한 매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의 지난 1분기 매출은 한샘이 56억원 많았다. 영업이익은 현대리바트가 31억원 많았다. 지난해 연간 매출에서도 두 회사의 격차는 미미했다. 한샘은 1조9084억원, 현대리바트는 1조870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일시적인 주택 매매 반등에 힘입어 3분기까지는 한샘의 매출액을 앞지르고 있었으나 4분기 들어 빌트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매출이 줄었다.
한샘은 매출 절반 이상이 B2C에서 발생하는 만큼 건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2C는 이사·리모델링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올해도 B2B 의존도를 낮추고 B2C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이 양사 모두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가 내년까지 반등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현대리바트가 1분기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수익성이 좋은 B2C 비중을 늘린 결과다. 현대리바트는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B2C 가구 매출 비중을 확대했고, 빌트인 수주 원가를 개선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는 우수 대리점 ‘집테리어’를 확대하고 온라인 접점을 늘리기 위해 쿠팡 내 리바트관을 오픈했다. 아울러 프리미엄 라인인 ‘리바트 마이스터 컬렉션(LIVART MEISTER COLLECTION)’을 강화하는 등 고급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B2B 가구 영역에서는 수주 원가율을 개선해 이익을 늘린다는 목표다. 공간 컨설팅, 라운지 공간 차별화 등으로 오피스 가구 수익성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한샘 역시 B2C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홈퍼니싱 부문에서는 고객 맞춤형 상품 기획과 유통 채널 최적화를 통해 매출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시그니처 수납·호텔 침대·학생방 등 핵심 상품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사몰, 제휴몰,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1위 경쟁은 B2C 시장에서의 성과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각 사의 프리미엄 전략, 유통 채널 다각화 등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노력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