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저녁 6시쯤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 드넓은 방 내부에 9명씩 앉은 원형 테이블 65개가 배치돼 있었다. 자리를 채운 인원 중 70~80%는 50·60대 중장년층이었다.

김창옥 강사가 무대 위로 오르자, 박수갈채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연은 ‘소통’을 주제로 노년기에 접어드는 부부들의 건강한 가족생활에 대해 다뤘다. 김 강사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장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저녁 식사에서는 전채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고급 요리가 코스 형태로 제공됐다. ‘팬텀싱어’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팝페라 가수 구본수의 디너쇼 공연도 함께 진행됐다. 노래가 한 곡씩 끝날 때마다 장내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행사가 끝난 뒤 밖으로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롯데홈쇼핑 '쇼캉스' 행사에서 김창옥 강사의 강연이 마무리된 뒤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정재훤 기자

‘쇼캉스’(쇼+바캉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롯데홈쇼핑이 주최했다. 핵심 고객층인 50·60세대를 대상으로 한 ‘시니어 마케팅’의 일환이다. 지난달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14~20일 일주일간 응모를 접수한 뒤, 추첨을 통해 600명(300명 1인 2매)을 초청했다. 총 3만명이 응모하며 경쟁률은 100대 1에 달했고, 참여 고객 중 50·60대 비중은 65%에 육박했다. 당첨된 고객에겐 토크쇼·저녁식사·롯데호텔 숙박이 모두 무료로 제공됐다.

김재현 롯데홈쇼핑 프로모션팀장은 “50·60세대가 특히 좋아하실 만한 콘텐츠를 기획했고, 내부 설문을 거쳐 김창옥 강사를 섭외해 토크쇼 형태로 진행하게 됐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니 고객 반응도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롯데홈쇼핑 '쇼캉스' 행사에서 초청객들이 김창옥 강사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제공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유료 멤버십 ‘엘클럽’을 6년 만에 전면 개편하며 업계 최초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50·60세대 맞춤형 혜택을 신설했다.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엘클럽 가입자 수는 기존 대비 2배 늘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50·60 고객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은퇴 전후로 상당한 자산과 안정된 소득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TV 시청 비중이 높아 홈쇼핑 채널의 주력 시청층이기도 하다. 실제 롯데홈쇼핑 고객 가운데 50·60세대 비중은 2022년 절반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50·60세대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에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쇼핑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찬원, 김희재, 박지현, 손태진, 에녹 등 유명 트로트 가수 5명이 참여하는 콘서트 응모 기회를 제공했다. 총 3000명(1인 2매)을 추첨한 뒤 6000명의 고객을 초대했는데, 40만건에 달하는 응모가 몰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지인들과 만나 경험을 공유하면서, 회사도 바이럴(입소문) 효과를 크게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50·60세대를 주목하는 건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영시니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50·60세대가 선호하는 해외 수입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헬스케어 등 제품 발굴에 나서고 있다. 내달 14~16일에는 제주도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 대회도 주최한다.

CJ온스타일도 중장년 고객 상담 전담 창구 운영, 의료기기 할인 이벤트 등 시니어층의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40세 이상 약 70%가 노안을 가지고 있지만, TV 라이브 방송에서 관련 상품은 부재했던 점에서 착안해 지난 2023년 말 렌탈의료기기 ‘다비치안경 누진다초점렌즈’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GS홈쇼핑 역시 헬스케어와 미용 부문의 시니어 상품을 강화하는 추세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OTT 등 새로운 시청 플랫폼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50·60세대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홈쇼핑 산업의 가장 중요한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업체들도 단순히 시니어 맞춤형 제품 제공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는 형태의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