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품 브랜드 ‘더로우(The Row)’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 국내 세 번째 매장을 여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본점에 이어 1년 만에 3개 매장을 여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이처럼 속도감 있게 확장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로우는 오는 6월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이스트(East) 2층에 정식 매장을 연다. 기존에 구찌(Gucci)가 있었던 자리다. 더로우는 2006년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 메리케이트 올슨과 애슐리 올슨 자매가 설립한 브랜드다. 로고나 장식을 드러내지 않고 고급 소재와 절제된 실루엣,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위 ‘올드머니 룩’(상속받은 돈으로 부자가 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옷차림)과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명품)가 패션 시장의 주류 트렌드가 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블랙핑크 제니,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더로우 핸드백을 착용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가격 역시 초고가다. 캐시미어 스웨터는 1500달러(약 210만원), 가죽 핸드백은 2500~6500달러(약 350만~900만원)에 달한다.
더로우는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현재 기업 가치는 약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더로우는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로 고급스러운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서 충성도 높은 팬층을 끌어모으며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더로우의 이번 입점은 단순히 한 브랜드가 국내 유통을 확장하는 차원을 넘어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의 리뉴얼 전략과 맞물린 선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갤러리아는 올해 들어 압구정 명품관의 리뉴얼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갤러리아 웨스트(West) 1층의 뷰티 섹션을 2층으로 이동시키고, 1층에선 기존 명품 브랜드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스트도 기존 브랜드 매장 확장과 함께 새로운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는데 이 같은 맥락에서 더로우를 들여온 것이다.
더로우는 철저한 플래그십 전략을 고수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매장만 운영한다. 백화점 입점 매장을 제외하면 미국 뉴욕에 2곳,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 등 단 5곳만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백화점 매장의 경우 일본 도쿄조차 2곳뿐이다. 한국엔 더로우가 지난 2013년 진출해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에 입점했다가 철수한 바 있다. 2024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재입점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고, 이후 불과 1년 만에 3개의 매장을 내며 고가 럭셔리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확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 시장의 질적 성장을 반영한 결과”라며 “고가 브랜드에 대한 국내 시장의 소비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