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지하 1층 이케아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매장 입구와 내부엔 파랑색·노랑색·주황색·녹색 등 이케아 특유의 개성이 담긴 원색(原色)의 글자와 조형물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20~30대였다.

이 팝업스토어에서는 부피가 작고 비교적 저렴한 바구니 등 생활수납용품과 욕실 청소용품, 컵·그릇·접시 등 주방용품, 일부 식료품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면적상의 제약 때문인지, 실제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전시하는 이케아 특유의 쇼룸(showroom)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매장 내부 벽면에는 더 다양한 제품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케아 애플리케이션, 전화를 통한 주문 방법, 인근 매장(이케아 광명점) 등을 안내하는 내용이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영등포점 내 이케아 팝업스토어 매장 모습. /정재훤 기자

한국 진출 11년 차를 맞은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가 최근 팝업 스토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방문객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게 하면서 자사 온라인 매장으로 유인을 늘리려는 복안이다.

이케아는 지난 25일부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팝업스토어를 개장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오는 8월 27일까지 운영된다. 이와 함께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점에서도 6월까지, 롯데백화점 광주점에서는 8월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특히 광주점은 이케아의 전라도권 첫 진출 사례다.

이케아는 지난해에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U-PLEX), 부산 동구 커넥트현대, 대구 중구 더현대, 서울 아이파크몰 용산점 등 6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2023년만 해도 연간 1~2회에 그쳤던 팝업스토어 운영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영등포점에서 열린 이케아 팝업스토어 매장 내부 벽면에 이케아 앱, 전화 주문, 인근 매장 등을 안내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정재훤 기자

이 같은 ‘팝업 마케팅’은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케아는 지난해까지 경기도 광명점(2014년 개점), 경기도 고양점(2017년 개점), 경기도 기흥점(2019년 개점), 부산광역시 동부산점(2020년 개점) 등 도심 외곽에 소위 ‘블루박스(Blue Box)라고 불리는 대형 단독 매장 4곳을 운영해 왔다. 다만 수도권에 매장이 대부분 몰려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케아는 올해 4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서울 첫 매장이자 한국 5번째 매장 이케아 강동점을 열었다. 단독 매장 형태가 아닌 도심 복합 쇼핑몰에 입점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최근 몇 년간의 실적 악화에서 비롯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케아코리아는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 6872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썼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2022년 회계연도(매출 6223억원, 영업이익 219억원), 2023년 회계연도(매출 6007억원, 영업이익 26억원)에 연달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4년 회계연도에는 매출 6258억원, 영업이익 186억원으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액 규모는 2020년 회계연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픽=정서희

이케아는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기보다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이케아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은 홈퍼니싱 분야 온라인 구매 비중이 52%에 달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특히 활성화된 한국 시장에서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가구류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케아 역시 이 같은 분석을 마치고 시장 접근 전략을 전면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는 기존 매장에 자동화 풀필먼트(물류 처리·fulfillment)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온라인 배송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기흥점에 169억원을 투자하며 로봇 시스템을 활용한 자동 포장 시스템을 도입했고, 나머지 매장들에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이케아는 오는 2030년까지 택배 주문 소화량을 현재 대비 1.5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케아를 만날 수 있도록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운영도 그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에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