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튜브 시청자들이 1년 동안 쇼핑과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는 데 쏟는 시간은 350억 시간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작년 6월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쿠팡이 제휴사로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부턴 제휴사 확대와 다양한 브랜드·소상공인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

트래비스 카츠(Travis Katz) 유튜브 쇼핑 부문 총괄 겸 부사장이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구글코리아 제공

트래비스 카츠(Travis Katz) 유튜브 쇼핑 부문 총괄 겸 부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쇼핑은 유튜브 경험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카츠 부사장은 작년 8월 유튜브 쇼핑 부문 총괄 겸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2010년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을 창립해 2017년 씨트립에 매각한 장본인이다. 이외에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 항공권 검색엔진 ‘스카이스캐너’, 현재 제너럴 모터스 산하 전기차 제조업체인 ‘브라이트 드롭’ 등에서 최고경영자(CEO) 또는 부사장을 역임했다.

◇ 미국 이어 한국에서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 도입

한국은 미국 외 국가에서 최초로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이 도입된 나라다. 유튜브는 2022년부터 CJ온스타일과 쇼핑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협업은 라이브 스트리밍 등에 한정됐으나, 작년 6월 제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쇼핑 기능이 대폭 확대됐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크리에이터는 간단한 등록 절차를 거쳐 제휴사인 쿠팡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제품을 콘텐츠에 태그해 소개할 수 있다. 시청자는 태그를 클릭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크리에이터는 이를 통해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크리에이터가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유튜브 쇼핑을 위한 전용 스토어도 개설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 유튜브가 공동 개발했다. 이 경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제품을 태그하는 것은 물론 ‘제품 보내기’ 기능을 활용해 협업 중인 다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 제품을 태그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츠 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게 익숙하다. 이커머스가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비디오 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제휴 프로그램을 한국에 먼저 론칭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3월 기준 한국에선 2만50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쇼핑에 참여하고 있다. 제휴 프로그램 출시 후 제품이 태그된 동영상의 수는 95만개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카츠 부사장은 제휴 프로그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이유로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른 소셜 플랫폼 크리에이터 대비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추천을 98% 더 신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시청자의 73%는 유튜브를 통해 구매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 시청자의 경우 그 비율이 87%에 달했다.

카츠 부사장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시청자들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왔고, 크리에이터들도 이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크리에이터들은 채널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보이거나 제품을 홍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쇼핑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신중하게 고려한다. 이는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점이자, 장기적으로 유튜브의 핵심적인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살림써봄'이 자신의 콘텐츠에 쿠팡 제품을 태그한 모습. /살림써봄 유튜브 콘텐츠 캡처

◇ “유튜브에서 모든 제품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

시청자가 크리에이터의 영상에 태그된 제품을 클릭하면 유튜브 안에서 주문,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쿠팡 또는 판매자의 스토어로 이동하게 된다. 카츠 부사장은 “시청자 편의를 위해 향후 유튜브에서 (팝업 형태로) 구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유튜브가 직접 결제를 처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카츠 부사장은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쇼핑 경험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검색과는 달리 쇼핑 분야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더 쉽게 찾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쇼츠 등 방대한 쇼핑 영상을 AI가 분석해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크리에이터가 여러 상품을 소개할 때 자동으로 태깅을 제안하거나, 콘텐츠 재생 중 딱 맞는 시점에 제품이 등장하는 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튜브 쇼핑 제휴프로그램은 미국과 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 싱가포르 등에 선보였다. 카츠 부사장은 “온라인 쇼핑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에 제휴 프로그램을 먼저 선보였는데 전 세계로 확장할 예정”이라며 “시청자들이 모든 제품을 유튜브 쇼핑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사용자, 크리에이터, 브랜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겠다”라고 했다.

카츠 부사장은 “더 많은 한국 브랜드와 소상공인들이 유튜브 쇼핑에 참여해 새로운 고객층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특히 소규모 브랜드의 경우 입소문과 신뢰가 핵심이다. 유튜브는 ‘친구의 조언’ 같은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소비자와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앞으로 파트너십 확대와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한국의 유튜브 쇼핑 생태계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