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업체 시몬스가 기존 프리미엄 중심의 단일 브랜드 운영에서 벗어나 독립 브랜드 ‘N32’를 전면에 내세운 멀티 브랜드 전략을 앞세워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지난해 시몬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329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27억원으로 65% 증가했다. 과거 침대업계 매출 1위였던 에이스침대를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앞질렀다.

시몬스 측은 “프리미엄 매트리스 시장에 역점을 둔 전략과 하이엔드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 N32의 안착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시몬스가 멀티브랜드 전략을 강화하는 이유는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미국 시몬스 파산 사태가 간접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시몬스는 미국 법인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 일정 부분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더현대 대구에 있는 N32 매장. /시몬스 제공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몬스는 작년 초 비건 매트리스 브랜드 N32를 출시했다. N32는 지난 2022년 시몬스 라인업 중 하나로 첫선을 보였는데 독립 브랜드로 전환한 것이다. N32는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고 비건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라돈 안전, 난연성 인증 등 ‘4대 수면 안전’을 내세우고 있다. 백화점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망 외에도 N32 전용 쇼룸 및 온라인몰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전국 26개의 N32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N32쪼꼬미’도 출시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N32쪼꼬미는 기존 매트리스와 동일한 기준으로 설계된 작은 크기의 펫 전용 매트리스다.

시몬스가 멀티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를 분리한 것은 시장 구조의 변화와 소비자 트렌드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자, 친환경·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고기능 수면 솔루션을 찾는 프리미엄 소비자 등으로 소비층이 세분화된 만큼 단일 브랜드로는 대응이 어려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라인과 저가 라인을 하나의 브랜드 아래서 운영하면 프리미엄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 전략 역시 차별화했다. 시몬스는 백화점 중심의 프리미엄 채널을 유지하는 반면, N32는 온라인, 쇼룸, 젊은 감성의 편집숍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있다. 브랜드 간 차별성을 극대화하는 셈이다.

미국 코네티컷주 윈저락스에 있는 시몬스 침대 공장. /트위터 캡처

일각에서는 시몬스의 멀티 브랜드 전략이 미국 시몬스의 파산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 시몬스는 1992년부터 미국 시몬스와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법적·재무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몬스라는 브랜드는 글로벌 침대 브랜드로 인식되기 때문에 한국 시몬스도 브랜드 이미지 관리, 소비자 신뢰 확보 등을 위해 거리 두기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미국 시몬스의 모회사인 썰타 시몬스 베딩은 2023년 1월 19억달러(2조5000억원)의 부채 부담으로 미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수요 급감, 부채 재조정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6개월 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끝에 파산 보호 절차에서 벗어났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임 이사진을 선임하고, 일부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부채를 3억1500만달러(약 4485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그러면서 미국 내 생산 시설은 유지하되 법적 체계만 새로 정비하는 방식으로 회생했다.

썰타 시몬스 베딩은 파산 과정에서도 영업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 전면 개편, 마케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시장 내 입지 회복에 주력했다. 하지만 북미 시장에서 템퍼 실리 인터내셔널, 캐스퍼 등 경쟁사의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글로벌 침대 시장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침대업계 관계자는 “시몬스가 N32 브랜드의 독립성을 꾸준히 부각시키는 데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미국 시몬스의 리스크와 구별되는 안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실제 한국 시몬스는 미국 시몬스 파산 이슈 직후 N32 브랜드를 분리했다”며 “브랜드 신뢰도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고려했을 때 N32를 중심으로 한 시몬스의 멀티 브랜드 전략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몬스의 멀티 브랜드 전략이 경쟁사 템퍼를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폼 매트리스인 ‘N32 폼 매트리스’와 전동침대인 ‘모션 커브드 베이스 II’를 앞세워 기존 템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폼 매트리스 및 전동침대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