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달 말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가운데, 그룹 내 유통 계열사 롯데쇼핑(023530)의 현지 사업도 흑자 전환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 진출 이후 꾸준히 현지 매장을 늘려온 롯데쇼핑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으로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간 수백억원대에 달했던 손실 규모가 최근 수십억원대로 줄어들며 수익성이 뚜렷이 개선된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달 28~29일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사절단 단장 자격으로 인도네시아를 찾는다. 이번 사절단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 파견되는 것으로, 양국 간 민간 차원의 협력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두꺼운 중산층에 기반해 내수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은 5.03% 성장해 3년 연속 5%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재단장 후 개장한 롯데마트 자카르타 꾸닝안시티점. /롯데쇼핑 제공

신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유통과 석유화학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번 경제사절단 단장직을 수락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알려졌다.

유통 계열사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 네덜란드계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체인점 마크로(Makro)의 점포 19곳을 약 3600억원에 인수하며 한국 최초로 현지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신규 점포를 출점해 2024년 말 기준 총 48개의 도·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부문도 2013년 자카르타에 개장한 ‘롯데쇼핑 에비뉴점’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다. 해당 매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이 함께 입점한 복합쇼핑몰로 한국 백화점 업계로는 첫 인도네시아 진출 사례이자, 한국 면세점 업계 최초의 해외 시내면세점 진출 사례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3개 법인(도매형 할인점, 소매형 할인점, 백화점)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할인점 부문은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특징을 고려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유통 전략을 펼쳐 왔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졌고, 이 중 6000여 개의 섬에만 사람이 거주한다. 또 자카르타, 수라바야가 위치한 자바섬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자카르타 등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소매점을, 그 외 지역에서는 도매점을 주로 운영하고 있다. 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매 사업자가 도매 할인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섬에서 재판매하는 유통 구조가 보편화된 영향이다.

그래픽=손민균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온 롯데쇼핑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지난 2020~2022년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법인 3곳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0년(-333억원), 2021년(-291억원), 2022년(-619억원) 등 124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인다. 지난해 3개 법인의 매출액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조1219억원, 5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 늘었고, 적자 폭은 약 30억원 줄었다.

도매형 할인점이 매출 8979억원, 당기순이익 96억원을 기록하며 전반적인 실적을 견인했다. 소매형 할인점과 백화점 사업은 각각 82억원, 6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2023년 대비 손실 규모가 각각 8억원, 37억원 줄었다.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을 인도네시아에도 접목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1월 롯데마트 꾸닝안시티 지점을 K-푸드 그로서리(식료품) 전용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한국식 매장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용량과 가성비를 콘셉트로 40여 종의 글로벌 음식을 다루는 ‘요리하다 월드뷔페’ 등 먹거리 특화 공간도 조성했다.

회사는 지난해 1월에도 인도네시아 간다리아점을 그로서리 전문 매장 형태로 재단장한 뒤 선보인 바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해 쇼핑 경험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내 점포들은 리뉴얼(재단장)을 통해 매출과 수익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지역에 점포를 내기 위한 부지 선정 등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