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음식물처리기’를 둘러싼 중소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음식물처리기 가구 보급률이 5~6% 내외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편리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내년엔 시장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제조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습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는 2023년 1850억원에서 지난해 3300억원으로 78% 성장했습니다. 음식물처리기 ‘미닉스’를 판매하는 앳홈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내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가 올해는 5800억원, 내년에는 94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치를 제시했습니다. 앞서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의 ‘가전제품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20~59세 소비자들이 1년 이내 구매를 희망하는 가전제품으로 음식물처리기(49.3%)를 가장 많이 뽑기도 했습니다.
음식물처리기는 가사 노동 시간이 부족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음식물처리기는 크게 건조분쇄형, 미생물분해형, 습식분쇄형 등으로 구분됩니다. 미생물분해형은 2023년 기준 시장 점유율 5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건조분쇄형이 3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미생물분해형은 친환경성과 편의성을, 건조분쇄형은 악취 저감 효과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미생물분해형은 전용 처리기에 음식물과 미생물제제를 넣으면 미생물이 음식물을 물, 이산화탄소, 무기질 등으로 변화시킵니다. 완성된 부산물은 일반 쓰레기로 버리거나 퇴비로 활용하면 됩니다. 다만 변화 과정에서 냄새가 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건조분쇄형은 음식물을 고온 건조해 수분을 증발시키고 잘게 분쇄하는 방식입니다. 정기적으로 필터만 교체하면 미생물분해형처럼 냄새가 나지는 않지만 소음이 있다는 점,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 작동 중 추가 투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부산물을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최근에는 각각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미닉스의 음식물처리기 ‘더 플렌더’는 건조분쇄형임에도 불구하고 작동 중 음식물 추가 투입이 가능합니다. 건조분쇄형 음식물처리기의 원조로 꼽히는 스마트카라는 지난달 ‘스마트카라 400SE’를 출시하며 부피를 94%까지 줄여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건조분쇄형만 선보였던 쿠쿠는 지난 2월 미생물분해형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미생물분해형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악취를 없앨 수 있도록 탈취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스마트폰 앱 연동, 원격 제어 기능 등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음식물처리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쿠첸도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쿠첸은 건조분쇄형 음식물처리기 ‘제로빈’을 출시했습니다. 개발한 4가지 블레이드(칼날)가 음식물을 잘게 분쇄해 부피를 효과적으로 줄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음식물 처리기 구입시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환경 오염을 줄여준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서울시 일부 지역과 경상도, 강원도 등에서는 품질 인증, 안전 인증 등을 받은 제품을 대상으로 20만~4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다만 구입 전에 작동 시간과 탈취 성능, 필터 교체 비용 등을 꼼꼼하게 비교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 음식물 처리기 가운데 건조분쇄형 제품 9종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모든 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했고, 소음도 23∼42데시벨(dB)로 조용한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제품별로 연간 에너지 비용과 탈취필터 교체 비용은 차이가 났습니다. 연간 유지비용이 저렴한 제품으로는 신일, 스마트카라, 휴롬이 꼽혔고, 처리 시간이 빠른 제품은 쿠쿠가 꼽혔습니다.
현재 음식물처리기 시장은 중소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카라와 미닉스가 업계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쿠쿠, 쿠첸 등 후발주자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인 LG전자는 일부 지자체와 손잡고 음식물처리기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은 없습니다. 삼성전자도 상용화 계획은 없습니다.
중소업체 주도로 시장이 커지다 보니 구매 후 품질 하자가 발견되거나 애프터서비스(AS)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21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음식물 처리기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750건으로 AS 불만 50.4%(378건), 품질 25.1%(188건)로 조사됐습니다. 음식물처리기 춘추전국시대에 어떤 업체가 살아남을지, 또 업계의 기대만큼 시장이 커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