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건강식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커진 건강 관리 수요와 1인 가구 증가, 간편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콜라겐 젤리 등 ‘간편하게 챙겨 먹는 건강식품’이 신성장 카테고리로 떠오른 것이다.

편의점 업계는 건강식품 특화 매장을 늘리거나, 최근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인증을 받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까지 취급할 수 있도록 가맹점주들에게 건기식 판매업 등록(면허)을 유도하고 있다. 단가와 충성도가 높은 건강 관련 제품군을 강화해, 기존 담배와 음료 중심의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CU에 이중제형 숙취해소 제품이 진열돼 있다. /BGF리테일 제공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건강식품 특화점을 확대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건강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2021년 전년 대비 5.3% 증가한 데 이어 2022년 27.1%, 2023년 18.6%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한양행, 종근당 등과 협업한 이중제형(뚜껑에는 정제·캡슐, 병에는 액상)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137% 급증했다. 올해 1~3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1% 증가했다.

GS25의 작년 건강식품 매출도 전년 대비 33.7%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GS25는 전문 제약사와 협업해 ‘크릴56’과 ‘에버콜라겐타임’을 소용량으로 출시했다.

편의점 업계가 건강식품을 새 먹거리로 삼은 배경에는 인구 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 그리고 수익 구조 다변화 필요성이 있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늘어나며 건강을 간편하게 챙기려는 수요가 늘었고,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까지 ‘저속노화’ 등 자기관리에 적극 관심을 보이는 등 건강식품은 더 이상 약국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건강식품은 반복 구매 유인이 커 유통업계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품목으로 꼽힌다. 앞서 다이소도 지난 2월부터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등과 협업해 루테인, 오메가3, 비타민C 등 30여 종의 제품을 3000~5000원대에 판매했다. 그러나 일부 약사들의 반발로 인해 일양약품은 출시 닷새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현재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건기식이 아닌 건강식품이다. 건기식은 식약처로부터 특정 기능성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이를 판매하려면 매장이 별도로 ‘건기식 판매업’을 등록해야 한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이 등록을 하지 않아, ‘눈 건강에 도움’, ‘장 건강 개선’ 등 기능성 표현이 가능한 건기식은 직접 판매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현재 편의점에선 콜라겐 젤리, 홍삼 농축 음료, 비타민이 들어간 구미처럼 기능성 원료는 포함돼 있지만 일반 식품으로 분류되는 건강식품을 주로 취급한다. 이는 ‘몸에 좋을 수 있다’는 수준의 간접적 표현은 가능하지만, 특정 질병이나 신체 기능 개선에 대한 직접적인 광고나 효과 표시는 할 수 없다.

최근에는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주에게 건기식 판매업 등록을 권장하고, 건기식 전용 진열대를 설치하는 등 판매 카테고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건기식 판매업 등록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가능해, 점주들의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건기식 판매 확대를 위한 기반을 점차 갖춰가는 단계”라고 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건기식은 기능성을 강조할 수 있고, 단가도 높아 편의점 입장에선 매력적인 상품군”이라며 “앞으로 점포별 면허 등록 확대를 통해 고기능성 제품까지 아우르는 구색 확장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