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왔어요. 육류 제품이 특히 저렴해서 앞으로 자주 찾을 것 같습니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강동구에 있는 이마트(139480) 푸드마켓 고덕점. 이날 첫 개장과 동시에 매장 입구가 열리자 쇼핑카트를 끌고 들어오는 손님의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인파가 몰린 곳은 정육 코너였다. 국내산 냉장 삼겹살과 목살 포장지에 ‘100g당 1280원’이라고 쓰인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한우 등심도 1+ 등급은 100g당 6690원, 1등급은 100g당 5940원(이상 신세계포인트 할인 적용 기준)에 각각 판매되고 있었다.

쇼핑카트 한가득 육류 제품을 담은 30대 전업주부 A씨는 “평소 친한 주부들과 커뮤니티가 있는데, 한 친구가 오늘 매장이 새로 개장한다는 소식을 공유해서 아침부터 찾게 됐다”며 “온라인 쇼핑몰과 비교해도 이 정도 가격대는 강점이 있어 보인다. 내일도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동구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내 정육 코너에 손님이 몰려 있다. /정재훤 기자

이날 개장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은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 내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 지하 1층 4925㎡(약 1490평) 규모 공간에 조성됐다. 고덕점은 지난 2월 이마트가 강서구에 오픈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마곡점’ 이후 올해 두 번째로 서울 지역에 문을 연 점포다. 이마트가 서울 지역에서 한 해 2개 점포를 출점하는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고덕점은 ‘푸드마켓’이라는 신선식품 특화 매장으로 조성됐다. 이는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점에서 처음 도입한 형태의 매장이다. 각종 신선·가공식품을 주력으로 삼아 할인점 대비 20~50%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고덕점도 전체 매장 면적(1490평) 중 1050평을 식료품 진열에 할애했다. 판매 품목 수도 1만 3000여개로 다양화했다.

고덕점은 오는 20일까지 진행하는 개장 기념 할인 행사가 끝난 뒤에도 삼겹살·목살(100g당 1980원), 양념 소불고기(800g 1팩당 9980원), 양파(1㎏당 1980원), 바나나(한 송이 980원) 등 마트 방문객이 자주 찾는 ’10대 신선식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동구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찾은 손님들이 매장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정재훤 기자

이마트가 고덕점을 ‘푸드마켓’ 매장으로 조성한 것은 인근 상권과 차별화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고덕점이 속한 강동 아이파크 더 리버에는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 이케아(IKEA)를 비롯해 패션 플랫폼 무신사스탠다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모던하우스, 화장품 편집숍 CJ올리브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브랜드가 함께 들어선다. 이들은 일반적인 이마트와는 판매 품목이 다수 겹친다.

직장인이 많은 주변 상권도 고려했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매장이 위치한 고덕비즈밸리는 고덕동과 강일동 일대에 조성된 상업·업무 복합단지로 부지 면적만 23만4523㎡(약 7만900평)에 달하는 신도시다. 지금까지 18개 중견기업이 이곳에 땅을 분양받아 사옥을 짓고 본사를 이전했고, JYP엔터테인먼트 등 6개 기업도 사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2030세대 고객의 유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신도시의 특성상 3040새대 고객도 많이 거주한다는 점을 반영해 신선식품과 즉석조리 델리 상품에 특화된 모델로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 강동점(2.7㎞·차량 약 12분), 코스트코 하남점(3.6㎞·차량 약 14분), 롯데마트 천호점(3.9㎞·차량 약 15분)과의 경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지난 1월 16일 개장한 롯데마트 천호점은 이마트 고덕점과 비슷하게 전체 매장의 80%를 신선·조리식품으로 채운 그로서리(식료품) 특화 매장이다.

17일 오전 9시쯤 서울 강동구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 개장을 앞두고 각종 과일과 채소류가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 모습. /정재훤 기자

이마트 측은 필수 제품을 최저가로 제공하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이색·프리미엄 식재료를 통한 제품 차별화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저속노화에 관심이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수입 과일과 유러피안 채소를 모은 ‘글로벌 가든’과 웰빙 간식용 컵 과일과 스틱 채소를 모은 ‘프레쉬스낵 존’ 등을 조성했다.

육류 역시 여러 고객의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품종을 다양화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이나 다른 마트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국내 흑돼지 품종을 ‘우리흑돈’, ‘난축맛돈’, ‘버크셔K’로 세분화했다. 소고기도 이마트가 전속 계약한 에이전시를 통해 호주산 ‘달링다운 와규’, ‘블랙 앵거스’ 등을 선보였다. 최진일 이마트 MD혁신담당 상무는 “축산품은 오프라인 마트를 찾는 고객의 지출이 가장 큰 품목으로 특히 더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9조209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3% 줄었지만 흑자 전환했다. 이마트·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 3개 사업부로 분산됐던 매입을 상품 단위로 통합해 대량 매입을 진행하며 원가 경쟁력을 갖춘 것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마트는 2020년 이후 점포 수를 줄이는 추세였지만, 올해 다시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마곡점(2월),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4월)에 이어 하반기 중 인천 구월동에도 트레이더스 매장을 신규 출점한다. 신규 점포 부지 5곳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외형 성장을 본격화하며 오프라인 유통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