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1000원의 행복’으로 불리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이 4조원에 육박했다. 고물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오너 등 특수관계자 회사의 이익도 급증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소 운영사인 아성다이소의 매출은 3조9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12억원으로 42%, 당기순이익은 3094억원으로 24% 각각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6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2016년 150억원 배당 이후 8년 만이다.
다이소의 성장은 고물가로 인해 가성비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가 두드러졌다. 다이소 측은 매출 증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매출 원가율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마진율이 높은 화장품 판매가 늘었다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이소의 호실적에 아성그룹도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아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아성→아성에이치엠피→아성다이소로 이어진다.
작년 말 기준 아성다이소의 최대 주주는 지분 76%를 보유한 아성에이치엠피(HMP)다. 이 회사는 아성그룹 최상위 지주회사인 아성의 100% 자회사로, 박정부 다이소 회장과 두 딸이 10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말 아성다이소가 2대 주주인 일본 기업 다이소산교(대창산업)가 들고 있던 지분 전량(34.21%)을 5352억원에 인수한 뒤 소각하면서, 최대 주주의 지분 비율이 높아졌다.
아성에이치엠피와 아성은 국내 및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해 아성다이소에 공급하고 있다. 작년 아성다이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성다이소는 두 회사로부터 전체 상품의 약 40%를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아성에이치엠피와 아성(별도 기준)의 매출액은 각각 8613억원, 28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 13%씩 늘었다.
다이소의 실적 호조로 지분법 이익이 증가하면서 아성에이치엠피와 아성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52%, 44% 증가했다. 지분법 이익이란 모회사가 자회사의 순이익을 지분율만큼 반영한 이익을 말한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이 더 컸다. 지난해 아성에이치엠피의 영업이익은 431억원, 당기순이익은 2678억원이었고, 아성의 영업이익은 51억원, 당기순이익은 2710억원이었다.
작년 기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는 3만여 종이다. 다이소는 매월 600개 이상의 신상품을 개발하며 대다수를 국내 중소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이에 일각에선 균일가 제품을 파는 다이소가 납품업체들과 직접 거래를 하지 않고, 특수관계사 간 거래를 확장해 이익을 챙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아성과 아성에이치엠피는 해외에서 상품을 수입해 국내 판매 및 수출하는 전문 회사로 대부분 해외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면서 “아성다이소는 국내 600여 개 중소 제조업체들로부터 직접 상품을 공급받아 균일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성에이치엠피와 아성 모두 박정부 회장의 차녀인 박영주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1979년생인 박 대표는 아성다이소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창업주인 박정부 회장은 2022년 3월부로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에 업계는 2세 승계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현재 김기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