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업이익 6000억원을 목표로 내건 롯데쇼핑(023530)의 1분기 실적이 목표에 다소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남은 2~4분기 백화점과 그로서리(식료품) 부문의 성공적인 재편과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성과 등이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내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3조5030억원, 영업이익 1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매출 3조5133억원·영업이익 1149억원) 대비 매출은 0.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4.9% 증가한 수치다.
다만 작년 1분기 영업이익에는 국내 백화점 일부 직원의 명예퇴직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 237억원이 반영돼 있다.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1386억원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추정치)은 지난해보다 약 4.8% 감소한 셈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월 진행한 2024년도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실적 목표로 매출액 1조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남은 기간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롯데쇼핑의 수익 대부분은 백화점 부문이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부문 매출액은 3조2036억원으로 전체의 23% 수준이었으나, 영업이익은 4061억원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1~3월에는 예상보다 길어진 한파가 암초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백화점 부문은 비우호적 날씨 영향으로 마진율이 높은 의류 카테고리 판매가 부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비서울권 매장들을 재단장해 복합쇼핑몰 브랜드 ‘타임빌라스(TIMEVILLAS)’로 전환하며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있다. 점포 수가 32개로 경쟁사(신세계 13개·현대 16개) 대비 두 배가량 많지만, 점포당 매출 규모는 적다는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새로운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젠지(Gen-Z·1997∼2006년생) 세대의 발길을 잡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타임빌라스 수원점을 개장했고, 올해 군산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개장 이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5.4% 중가하는 등 재단장 효과를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종적으로 2027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송도, 대구 수성, 상암, 전주 등 4개 점포를 신규 출점하고 기존 7개 점포는 증축을 거쳐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슈퍼를 운영하는 그로서리 부문은 지난 2020년부터 수익성 낮은 점포를 정리하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올해 초 서울 강동구에 롯데마트 천호점을 개장하며 6년 만에 신규 출점을 단행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올해부터 그로서리 분야의 강점을 살리면서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사업도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롯데온은 2022년 -1559억원, 2023년 -856억원, 2024년 -685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해 e그로서리(신선식품) 사업부를 롯데마트에 이관하고, 뷰티실과 패션실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뷰티, 패션 분야에 힘을 실으면서 지속적으로 거래액이 신장하고 있는 버티컬 전문관 사업을 강화해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계열사들과의 접점도 늘리며 방문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비유통 계열사를 포함해 그룹 내 12개 기업의 혜택을 한 곳에 모은 멤버십 플랫폼 엘타운(L.TOWN)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롯데온은 그룹 대부분이 참여하는 온라인 할인행사 ‘온라인 쇼핑 페스타’ 등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에 나서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이번 할인행사 1주 차(4월 9일~15일) 기간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고, 매출도 65% 증가하는 등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롯데쇼핑 주주총회를 거쳐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의 복귀로 기존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만큼, 회사가 진행 중인 사업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올해 초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유통업계는 위축된 소비가 6월 대통령 선거를 거쳐 하반기로 갈수록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 이후 치러지는 대선은 하반기 소비 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유통사들의 수혜가 예상되며, 가장 수혜가 큰 채널은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