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1시 경기도 고양시 홈플러스 킨텍스점. 일요일 낮 시간대임에도 매장은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입구의 쇼핑카트 보관소에는 손님과 만나지 못한 카트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물품을 진열해 둔 매대들 사이의 복도는 휑해 반대쪽 끝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매장 곳곳엔 붉은색 배경에 ‘힘내자! 홈플러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대다수의 진열 상품에는 특정 회사 카드 이용자나 홈플러스 회원 등에 제공하는 조건부 할인 표시가 붙어 있었다. 출구 쪽에 위치한 계산대 10곳 중 직원이 배치된 곳은 3곳뿐이었다. 그마저도 한산해 계산 업무가 끊기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비슷한 시각, 약 1㎞ 거리의 이마트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매장 복도마다 쇼핑카트를 끌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매장 출구 쪽 계산대는 직원이 배치된 곳뿐만 아니라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는 셀프 계산대마저 붐벼 줄이 길었다.

지난 13일 오후 1시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홈플러스 킨텍스점(위), 이마트 트레이더스 킨텍스점(아래) 매장 내부 모습. 두 매장 사이 거리는 약 1㎞로 가깝지만, 방문객들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쪽에 몰려 있었다. /정재훤 기자

지난달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한 홈플러스가 잇단 할인 행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는 모양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전후인 지난 2월 28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창립 28주년 기념 할인 행사 ‘홈플런 이즈백(2월 28일~ 3월 12일)’을, 종료 직후 ‘앵콜! 홈플런 이즈 백(3월 13~16일)’ 행사를 진행했다.

또 회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창립 홈플런 성원 보답 고객 감사제’를 열고,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는 ‘힘내자! 홈플러스’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려 충분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납품업체 정산 지연과 신용 위축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런 경영 방식은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회사 측은 지난달 매출액이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고, 최근 6개월간(지난해 10월~올해 3월) 전국 홈플러스 오프라인 대형마트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5%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홈플러스 킨텍스점 매장 입구에 할인을 진행 중인 홈플러스의 PB(자체 브랜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정재훤 기자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할인 행사에 의존 중인 홈플러스의 경영 방식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납품 공백을 메우기 위해 PB(자체 브랜드)상품 비중을 늘리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고, 계속된 할인은 수익성을 악화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협력업체들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여전하다. 서울우유는 기존 납품 대금 정산이 지연됐고 향후 지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0일부터 홈플러스 및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전 매장에 납품을 중단했다. 오뚜기(007310), 동서식품, 삼양식품(003230), 농심(004370), 롯데웰푸드(280360),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음료 기업들도 기업회생절차 개시 직후 납품을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한 바 있다.

서울우유의 납품 중단 이후 홈플러스 매장 내 우유 진열대는 홈플러스의 PB ‘심플러스(simplus)’ 로고가 붙은 제품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 측이 제조사와 협업해 만드는 PB 상품의 경우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발주와 재고를 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가격이 낮아지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홈플러스 킨텍스점 내 우유 진열대 한쪽 면에 홈플러스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인 '심플러스(simplus)' 제품이 다수 진열돼 있다. /정재훤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 10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채권자 목록상 채무 합계액은 총 2조6960억에 이른다. 이미 상환 중인 상거래 회생채권 및 영업이 지속되고 있어 변제할 필요가 없는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권을 제외해도 최소 2조27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기업회생 결정 이후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홈플러스에 600억원 규모의 대출 지급보증을 섰고, 일부 사재도 출연해 상거래채권 정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제할 금액에 비해 사재 출연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40일째를 넘어서며 장기화하자, 국내 대형마트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4일 7만6000원 수준이던 이마트(139480) 주가는 지난 11일 약 13.7%(1만400원) 상승한 8만6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미국발 관세 이슈가 부각되면서 국내 소비 경기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이마트(139480), 롯데마트 등은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 홈플러스의 영업력 약화에 따른 반사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홈플러스가 협력업체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하면서, 주요 상품 브랜드의 정상적인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각 매장의 위치, 시간대 등에 따라 방문 고객 수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며 “전체적으로 이번 달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경영상 특이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