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벚꽃이 만개한 서울 잠실 야구장.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앞두고 한창 가벼워진 옷차림의 관중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매표소는 현장 구매를 위해 대기 중인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경기장 곳곳에 있는 편의점엔 주류와 음료, 간단한 안주류 등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맥주 두 캔을 사 들고 편의점을 나서던 직장인 박모(34)씨는 “두산 홈 경기를 보기 위해 반차를 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표를 예매해 둔 게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 프로야구(KBO)의 인기가 올해도 이어지며 유통업계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GS25, 세븐일레븐 등 잠실 야구장 인근에 점포를 둔 편의점은 제품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KBO가 개막한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6일까지 약 2주간 잠실 야구장 인근에 있는 GS25 점포 10곳에서 야구 응원 용품, 주류, 간편식, 빵류 등의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무알코올 맥주의 경우 가족 단위 관중이 많아진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369% 늘었다. 어린이 음료 매출은 642.5%, 쿠키류 매출도 253.5% 증가했다.
야구장을 찾는 젊은 관중도 많아지며 하이볼 제품군 매출도 35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마른안주류 매출도 231.2% 증가했다. 이 외에도 용기 김밥 등 간편식 매출은 112% 증가했고, 이온 음료(87.4%), 생수(54.5%), 커피(48.8%) 등 음료 매출도 늘었다.
잠실 야구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장 A씨는 “경기가 있는 날은 평소보다 매출이 80%가량 늘어난다. 개막 초부터 야구팬들의 열기가 뜨겁다”라고 말했다.
최근 11승 1패를 기록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는 LG 트윈스도 잠실 야구장 흥행을 뒷받침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올해 개막 이후 7차례 진행된 홈 경기에서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5~27일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는 평일임에도 관객석을 모두 채웠다. 마찬가지로 잠실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도 5위(6승 7패)로 ‘가을 야구’를 바라볼 수 있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GS25의 ‘야구단 특화 매장’ 사업도 활기를 찾고 있다. GS25는 지난해 8월 GS25잠실타워점을 ‘LG 트윈스 특화 매장’으로 탈바꿈하며 매장 내 응원 용품 비중을 크게 늘렸다. 이곳에서는 레플리카(복제) 유니폼과 유광점퍼, 플레이어 응원 수건, 공식 응원 봉, 리유저블백, 트윈스프렌즈 캐릭터 등 3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6일까지 잠실 야구장 인근 GS25 편의점에서 LG 트원스 응원 봉, 깃발, 키링 등 각종 굿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만572% 증가했다”며 ”LG 트윈스 특화점 등을 중심으로 굿즈 종류를 늘리고 판매점을 확대한 효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잠실 야구장 인근 상권도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야구장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새마을 전통 시장은 야구 관람 전 닭강정, 족발, 만두 등 다양한 먹거리를 포장하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블로그,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도 새마을 시장 내 맛집을 추천하는 콘텐츠가 인기다.
식품 업계도 발 빠르게 관련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SPC삼립(005610)은 KBO와 협업해 지난달 ‘크보빵’을 출시했고, 출시 3일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크보빵은 롯데웰푸드가 제빵 사업을 하는 롯데를 제외한 9개 구단의 특징을 빵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잠실 야구장 인근 한 편의점 점주는 “크보빵은 발주를 넣어도 물량이 충분히 들어오지 못할 만큼 인기가 많다”며 “특정 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 맞춰 해당 팀 제품을 진열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노피자 역시 KBO와 협업해 한 손으로 먹기 편한 1인 피자 ‘썹자’를 지난 8일 출시했다. 한 손으로 가볍게 잡을 수 있는 길쭉한 모양이 특징인 썹자는 10개 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특별 포장에 담긴 채 판매된다.
올 시즌 KBO 리그는 개막 후 60경기 만에 관중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입장 관중은 1만7656명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프로야구는 1000만 관중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며 “나들이의 개념으로 야구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며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