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컴퍼니가 ‘호텔(HOTEL) 여기어때’의 가맹 사업을 중단한다. 2016년 해당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여 만이다.
회사 측은 가맹사업의 보수적인 접근을 위해 신규 출점을 중단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여기어때가 호텔 가맹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여기어때컴퍼니는 지난달 8일 자로 호텔 여기어때의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사업 중단, 가맹점 모집 중단, 폐업 등의 사유가 있으면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
호텔 여기어때 프랜차이즈 사업은 2016년 10월 시작됐다. 당시 여기어때컴퍼니(구 위드이노베이션)를 운영하던 심명섭 전 대표는 전국의 중소형 호텔을 20~30대가 선호하는 최신 인테리어로 리모델링하고 일원화된 서비스를 적용해 ‘호텔 여기어때’ 체인점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출시 이듬해 프랜차이즈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고, 3년 내 200호점을 낸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나 2018년 심 전 대표가 운영하던 웹하드에서 음란물이 유통된 혐의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2019년 영국계 사모펀드(PEF) CVC캐피탈이 3000억원에 여기어때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호텔 여기어때는 다시 여기어때컴퍼니에 합병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계가 타격을 입으며, 해당 사업은 목표한 만큼 커지지 못했다. 호텔 여기어때는 현재 18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2018년 2개였던 직영점은 이듬해 철수했다.
여기어때컴퍼니 관계자는 “호텔 가맹점의 신규 출점을 중단하기 위해 공정위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사업 철수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라며 “신규 출점을 하지 않을 뿐, 기존 가맹점에 대해선 최대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가맹사업의 수익성이 저조한 가운데, 중개 플랫폼이 직접 가맹사업을 펼치는 것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기어때컴퍼니가 사업 철수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쟁사인 야놀자도 2011년부터 호텔 가맹사업을 펼쳐왔으나, 2019년부터 신규 가맹점을 받지 않고 계약 기간이 남은 가맹점에 대해 브랜드 판권을 파는 형태로 브랜드호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업계에선 ‘심판이 선수와 뛴다’며 야놀자의 가맹사업으로 인해 가맹점과 제휴점 간 경쟁이 심화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리오프닝(경제 재개) 시점에 맞춰 시작한 해외여행 서비스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수익 면에서 국내 OTA 업계 1위인 야놀자를 추월했다. 작년 매출은 3059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늘었다. 같은 기간 야놀자 매출은 6045억원으로 약 83%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61억원으로 89%가량 감소했다. 인터파크 인수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여기어때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328만354명으로, 야놀자(352만1425명)를 바짝 뒤쫓고 있다.
최근 투자업계에서 여기어때의 매각설이 불거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적이 개선되고 여행업계 업황이 회복된 만큼, CVC캐피탈이 출구전략(엑시트)을 짜기에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은 지난해 JP모간을 자문사로 내정하고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조원대라는 높은 몸값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4월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2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여기어때컴퍼니 관계자는 “매각 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 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