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회사인 한국콜마(161890)의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 주가가 반년 간 30% 넘게 하락했다.

증여세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윤상현 한국콜마(161890) 부회장은 보유주식 가운데 무려 89%를 금융사에 담보 잡힌 상황이 됐다.

그래픽=이은현

한국콜마홀딩스 주가는 11일 전날보다 2.68% 내린 1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4월 1일 이후 33% 떨어졌다.

주요 사업회사인 한국콜마의 상반기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9131억원을 기록했으나, 중국 베이징·우시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49% 감소한 694억원에 그친 것이 주가에 악재였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소비심리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경쟁사인 코스맥스(192820)와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모두 최근 실적, 주가가 부진하다.

◇ 윤상현·여원 남매, 시가 1600억 상당 주식 증여 받아...주담대로 稅 마련

한국콜마와 최대주주인 한국콜마홀딩스의 주가 급락에 오너일가의 담보가치도 떨어졌다.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 일가는 현재 지분율 44.39%에 해당하는 824만5790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윤상현 부회장이 29.21%, 차녀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6.96%), 윤동한 회장(5.03%), 윤여원 대표 남편 이현수 씨(2.90%) 순으로 높다.

지금의 지배구조는 2019년 극우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사내조회 때 틀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작년 말 복귀한 윤동한 회장이 자녀와 사위에게 2016~2020년 시가 16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하면서 만들어졌다.

최대주주 할증 20%와 증여세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윤 부회장과 윤 대표, 이현수 씨가 내야 할 세금만 8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 사람은 증여세를 연부연납(분할 납부)하기 위해 세무서에 주식 일부를 공탁했으며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세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발행주식 수 대비 담보로 맡긴 주식 수 비중은 10~20%대를 유지하다 2019년 대규모 주식 증여가 이뤄진 이후 30%대로 급등했으며 최근에는 40%에 육박했다.

◇ 보유주식 89% 금융사에 담보로 460억 대출...주가 하락에 추가 담보 입고

윤 부회장은 보유주식 542만6475주 가운데 89%에 달하는 483만8000주를 한국증권금융,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은 460억원 규모다.

강남세무서에 연부연납을 위해 공탁한 36만35주까지 합하면 묶여있는 주식 비율은 98%에 달한다.

윤 부회장이 금융사에 담보로 맡긴 주식 수는 불과 반년 만에 약 80만주가 늘었다. NH투자증권과 맺은 기존 계약 건에서 담보 증가가 이뤄졌고, 한국투자증권과는 지난달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NH투자증권에서 한국콜마홀딩스 주식 106만3000주를 담보로 110억원을 빌렸는데 같은 대출 건에 대한 담보주식 수가 지난달 19일 118만3000주, 같은달 27일 126만8000주로 늘었다.

회사 측은 “담보유지비율을 맞추기 위해 증권사 측에서 추가 담보 입고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담보유지비율은 금융권이 담보가치가 최소한 이 비율은 충족해야 한다고 설정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담보유지비율을 170%로 설정했는데 담보로 맡긴 주식 가치가 대출금의 1.7배는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110억원에 담보유지비율 170%를 적용하면 지분가치가 최소 187억원은 돼야 하는데 한국콜마홀딩스 주가가 3월 말 2만원대에서 지난달 1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기존에 NH투자증권에 담보로 맡겼던 106만3000주의 가치가 3월 말 기준 221억원에 달했으나, 지난달 1일 178억원으로 급락했다. 추가 담보를 제공해 담보가치를 190억원으로 올려놨으나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184억원에 그친다.

◇ 현재 담보 안 맡긴 지분가치 18억에 그쳐... 주가 하락 땐 추가 담보 또는 대출 줄여야

금융사는 주식가치가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증거금 요구를 거쳐 반대 매매에 나설 수 있다. 담보로 맡긴 주식이 오너일가 소유일 경우 반대 매매는 경영권 불안을 초래한다.

윤 부회장이 추가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주식 수는 12만2289주 정도다. 11일 종가 기준 가치는 18억원에 그친다.

주가가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경우 윤 부회장은 추가 담보를 제출하거나 대출금액을 줄여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실시해 담보로 잡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한국콜마홀딩스의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세계 증시 변동성이 심해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콜마 측은 연말 배당 등을 통해 대주주가 대출 일부 상환 등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는 “주주친화정책으로서 최근 홀딩스, 콜마, 콜마비앤에이치 모두 약 20%씩 배당금을 증액했고 배당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