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B2B(기업 간 거래) 렌털 서비스 기업 AJ네트웍스(095570)와 손잡고 서빙로봇 사업을 확장한다. 배달 시장의 침체분위기가 나타나자 서빙로봇 렌털·판매를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S' 운영 모습. /우아한형제들 제공

21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이달 초 AJ네트웍스와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S’(딜리S) 유지·보수 관련 전략적 제휴를 렌털·판매로 확장했다. 지난 3월 ADT캡스가 SK인포섹과 합병해 출범한 SK쉴더스와 함께 딜리S 대여 서비스를 선보인 지 3개월 만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20년 8월부터 AJ네트웍스와 제휴를 맺고 서빙로봇 관련 협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우아한형제들 내에 자체 유지·보수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구비돼 있지 않다 보니 이를 AJ네트워크에 맡기는 식으로 진행했지만, 최근 서빙로봇 렌털 사업으로까지 제휴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AJ네트웍스는 IT(정보기술)기기나 물류기기를 기업에 빌려주는 B2B(기업 간 거래) 렌털 시장 강자로 꼽힌다. 고객 상담과 배송 설치 인프라를 갖춘 데 더해 40여 곳 물류 거점도 갖고 있다. 온라인몰 AJ렌탈에선 KT(030200)의 서빙로봇 렌털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아한형제들은 AJ네트웍스가 가진 영업 및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가맹 음식점주 대상 서빙로봇 렌털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 처음 서빙로봇 개발을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11월부터 음식점에 서빙로봇을 넣고 월 렌털료를 받는 사업을 시작했다.

양사는 딜리S 렌털·판매 상품 개발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월 약 34만원씩 36개월 분납 후 소유를 결정하는 유예형 상품, 월 45만원씩 36개월을 낸 후 소유하는 상품을 각각 선보였다. 그동안은 SK쉴더스와 월 60만원을 고정으로 내야 하는 반납형 대여 서비스만을 운영했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렌털 상품은 AJ네트웍스가 소유한 서빙로봇을 AJ네트웍스가 직접 음식점에 공급하는 구조로 앞서 진행한 우하한형제들 주도의 대여 방식과는 다른다”면서 “수익성보다는 사업 확장에 치중한 제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은현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 한계가 우아한형제들의 로봇 사업 확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집콕’에 따른 음식 배달 호황을 누렸던 배달업계는 최근 위기를 맞았다. 거리두기 종료 등으로 배달 대신 식당을 직접 찾는 발길이 늘면서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분석 결과 지난달 주요 배달 앱의 사용자 수는 3월 대비 많게는 25%까지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식당 예약 앱인 ‘테이블링’ 사용자는 60%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전문점 양도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봇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KT와 LG전자 등이 서빙로봇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술력에서 우아한형제들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입점 업체에 광고 상품과 묶어 서빙로봇 렌탈 등을 권유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외식업계는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 젊은 층이 기피하는 데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점도 서빙로봇 시장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서빙로봇 딜리는 지난 2월 1일 기준 전국 500개 매장에 도입됐다.

업계에선 딜리S 렌털 확대가 지난해 75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우아한형제들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J네트웍스로의 딜리S 공급만으로 대당 1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데 더해 기술 지원료 등은 별도로 받는 구조기 때문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음식 배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아한형제들은 본업인 음식 배달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광고 상품을 늘리는 방식의 대응도 한계가 있는 만큼, 서빙로봇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