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적 텍스트와 이미지를 다루는 안봉균 작가가 20회 개인전을 2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Monument(기념비)’를 주제로 열린다. 안 작가는 로제타스톤처럼 문자로 빼곡히 새겨진 고고학적 비문(碑文)의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을 통해 시각적 무게감과 조형적 형태에 주목하면서도 이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오래된 비문이나 석각(石刻)처럼 시간의 흔적이 깃든 문자 이미지가 주는 울림에 주목한다. 마모되어 형태가 흐릿해졌지만 이러한 문자들이 인간과 역사의 서사를 담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회화의 요소로 끌어들였다.
작업은 손으로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노동집약적 회화 방식을 택했다. 캔버스 위에 입체적인 질감을 표현하는 재료인 모델링 컴파운드를 바르고, 오래된 비문처럼 문자 형상을 쌓아 올린 뒤 여러 겹의 색을 덧입히고 다시 깎아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고고학자들의 발굴 작업처럼 문자들을 구현했다.
그 위에 등장하는 작은 생명체는 화면 속 문자들과 대비를 이루며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가상의 장면을 그려냈다.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촉각적인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관람객은 화면 속에서 드러났다 사라지는 문자판 이미지에서 기억과 망각 사이를 오가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안 작가의 신작은 한 화면에 동양적인 서예, 글씨를 조각하는 예술인 ‘서각’, 도장이나 인장을 새기는 ‘전각’을 끌어들여 회화의 조합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독특한 조형미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150호 대작 위주의 전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