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평소 목욕탕을 자주 이용하던 A씨는 온탕에서 나오다 미끄러져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자신이 다친 것은 목욕탕 측 과실이라고 주장하며 배상을 요구했다. 목욕탕 주인은 가입했던 배상책임 보험을 통해 A씨에게 치료비 등 보험금을 지급했다.

B씨는 수영장에서 운동을 마친 후 샤워실로 들어가려다 미끄러져 크게 다쳤다. B씨도 수영장의 관리상 부주의를 문제 삼았는데, 보험금을 받지는 못했다. 보험사 조사 결과 수영장 과실은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배상책임보험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물에 손해를 입힌 경우 한도 내에서 손해액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목욕탕·수영장처럼 영업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 업주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할 때 보험사가 업주 대신 이용자에게 치료비 명목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A씨와 B씨 사례처럼 시설을 이용하다 다쳤다고 무조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주의 시설 유지·관리에 과실이 있을 때에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과실 여부는 시설 내에 주의문이 부착되어 있는지, 업주가 미끄러울 만한 요소를 사전에 방지했는지, 관리대책은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보험금 청구가 접수되면 보험사가 사고 현장에 손해사정사를 파견해 과실 여부를 산정하게 된다.

A씨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돌계단 부근에 수건·비누타월 등을 수거하는 플라스틱 바구니가 놓여 있었던 점이 목욕탕 과실로 인정됐다. 바구니에서 흘러나오는 비누 거품과 물기로 인해 이용자가 미끄러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된 것이다. A씨가 사고 당시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위험한 행동을 했다거나 음주를 하지 않았던 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반면 B씨의 경우 수영장 샤워실 입구에 미끄럼 방지 패드가 설치돼 있어 과실이 인정되지 않았다. 현장에 파견된 손해사정사 등이 물을 뿌리고 재연을 해도 상당한 마찰력이 확인됐고, 샤워장 내 미끄럼 주의 문구도 부착돼 있어 문제가 없었다.

충북 영동군 영동읍 소재 고령자복지주택내 공동목욕탕. /뉴스1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업주 등에게 피해 사실을 통보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촬영 등 증거를 확보하면 좋다. 목욕탕 등 대부분 샤워 시설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업주는 평소에 주의 문구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고, 미끄러울 만한 요소는 사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상책임보험을 접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선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는 것이 편하다.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고, 보험사가 직접 조사를 통해 과실 여부를 판단해주기 때문이다.

A씨와 B씨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면 치료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과 배상책임보험은 중복 보상이 가능하다. A씨는 배상책임보험금과 실손보험금 모두 받을 수 있고, B씨는 실손보험금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실손보험은 고객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고의가 아닌 경우는 보상받을 수 있다”라며 “배상책임보험에서 치료비를 받아도 실손보험에서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유용하다”라고 했다.

☞올받음은

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을 비롯한 배상책임, 교통사고 등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