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대통령 선거 후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30대 직장인 A씨는 생애 첫 주택 마련을 위해 시중은행을 찾아 대출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0.2%포인트나 높은 금리가 책정됐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대출 규모가 크다 보니 제법 부담이 됐다. A씨의 대출 금리에 영향을 준 건 그동안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신용 점수였다.

신용 점수는 재테크를 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생각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다. 신용 점수란 개인이 빌린 돈을 정해진 기간 내에 갚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최저 1점부터 최고 1000점까지 매긴 수치다. 신용 점수가 낮으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의 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고 신용카드 발급도 거부당할 수 있다. 반대로 점수가 높으면 이자 부담이 줄고 금융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에 중요하다.

국내에서 개인의 신용 점수를 평가하는 기관(신용평가사)은 NICE(나이스평가정보)와 KCB(코리아크레딧뷰로) 두 곳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신용 점수는 신용 조회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1년에 3번 무료로 개인 신용 정보(신용 평점, 대출 정보, 연체 정보, 신용 조회 정보, 카드 개설 정보, 신용 점수 등)를 조회할 수 있다. 또는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사 창구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의 핀테크들도 신용 점수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대출 상환 이력, 현재 부채 수준, 카드 사용 패턴(신용 형태 정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가중치를 반영해 계산한다. 점유율 1위 나이스평가정보를 기준으로 보면 개인 신용 점수에 반영되는 변수의 가중치는 상환 이력(28.4%)과 신용 형태 정보(27.5%), 부채 수준(24.5%), 신용 거래 기간(12.3%) 순이다.

신용 점수는 빠르게 떨어질 수 있지만 올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최근 불황에 늘어나고 있는 카드사 리볼빙이나 현금서비스는 신용 점수에 큰 타격을 입힌다. 따라서 신용 점수가 깎이는 금융 습관부터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 등 2금융권 대출 등은 다 갚은 후에도 신용 점수에 영향을 미치므로 대출 전 주의가 필요하다.

신용 점수를 올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연체를 피하는 것이다. 카드 대금이든, 대출이든, 공과금이든 기한을 넘기면 바로 연체다. 대출 연체는 90일을 기준으로 단기·장기로 구분된다. 단기 연체는 금액이 30만원 이상, 30일 이상 연체했을 때 해당한다. 장기 연체는 100만원 이상의 금액을 90일(3개월) 이상 연체하면 장기 연체로 구분되는데, 장기 연체는 신용 점수 하락으로 직결되므로 무조건 피해야 한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용점수별 금리현황./은행연합회 캡처

이미 신용 점수가 떨어졌다면 가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을 찾아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 공공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통신 요금 등 비금융 정보 자료는 신용 평가에 가산점 요인으로 활용된다. 이 중 2건 이상에 대해 6개월 이상 납기일에 맞춰 납부한 내역을 개인신용평가회사에 등록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성실 납부 기간이 길수록 가점이 크게 적용된다.

체크카드 실적으로도 신용 점수를 올릴 수 있다. 체크카드를 연체 없이 월 30만원 이상 6개월 동안 사용하거나, 6~12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4~40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한도를 최대로 설정한 뒤 전체 한도의 30% 이하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카드 할부도 ‘분할 상환 중인 부채’로 기록된다. 따라서 할부보다는 일시불 결제가 신용도 상향에 유리하다.

일부 개인신용평가회사에서 실시하는 ‘신용 성향 설문’ 조사에 참여해 신용 점수 가점을 받을 수도 있다. 설문조사는 개인의 금융 습관과 태도를 분석해 금융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조사다. 설문 참여 시 단기간에 최대 15점까지 신용 점수에 가점을 받을 수도 있으며, 결과는 바로 적용되지만, 설문 결과에 따라 가점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대출이든 거래든 한 금융사와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연체하지 않으면 신용 점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용 점수를 높이기 위해 주거래 금융사를 정해 놓고 거래하는 것을 추천한다. 더욱 체계적인 신용 점수 관리가 필요하다면 핀테크업계에서 제공하는 유료 신용 점수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