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에 중복 가입된 사람이 2022년 기준 150만명에 달한다. 이 중 96%는 개별적으로 가입한 개인 실손보험과 재직 중인 회사에서 가입한 단체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된 사례다. 이때는 개인 실손보험을 일시 중지해 보험료 지출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실손보험 중복 가입이 유리한 경우도 있으니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실손보험은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한도로 보상한다. 실손보험을 여러 개 가입해도 이중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가령 2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 중복 가입된 A보험사와 B보험사가 함께 20만원을 지급한다. 두 보험사가 20만원씩 총 40만원을 보상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복 가입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돼 있다면, 2023년 개선된 실손보험 일시중지 제도를 이용해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개인 실손보험을 중지하면, 중지된 기간만큼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은 사실상 유지된다.
개인 실손보험은 유지하고 단체 실손보험을 중지할 수도 있다. 단체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직원이 아닌 회사가 납부한다. 단체 실손보험을 중지하면 중지된 기간만큼 회사가 낸 보험료를 직원에게 환급한다. 다만, 단체 실손보험 계약 시 관련 특약이 설정돼 있어야 가능하다. 재직 중인 회사에 직접 문의해 환급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퇴사를 하게 되면 단체 실손보험은 사라진다. 이때는 중지했던 개인 실손보험을 재개하면 되는데, 계약 당시 조건이 유지된다.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계약을 일시중지했다가 재개하면, 현재 판매 중인 4세대가 아닌 2세대 보장이 적용되는 것이다.
중복 가입이 항상 낭비인 것은 아니다. 가입자 특성에 따라 중복 가입이 유리할 수 있다. 일시 중지를 하지 않아도 부담할 보험료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중복 가입도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중복 가입의 대표적인 장점이 치료비 한도다. 대부분 실손보험의 통원 치료비 한도는 25만원이다. 치료비가 25만원 이상 발생해도, 25만원 한도 내에서만 보상된다. 그런데 중복 가입돼 있다면 치료비 한도가 올라간다. A보험사 한도 25만원과 B보험사 한도 25만원을 합산해 한도가 50만원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치료비가 한도 이상으로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실손보험 세대가 다른 경우에도 중복 가입이 유리할 수 있다. 회사가 가입하는 단체 실손보험은 4세대가 일반적인데, 1~3세대보다 보장 범위가 좁다. 2세대는 비급여에 대한 자기 부담률이 10~20%지만, 4세대는 30%다. 반면 4세대는 비만이나 불임 관련 급여 치료비를 보상하는 유일한 상품이다. 세대가 다르게 중복 가입돼 있다면 실질적으로 보장 범위가 늘어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5년 11월 30일 이전에 가입한 개인 실손보험이 있다면, 중복 가입 시 치료비 한도 내에서 자기 부담금 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2015년 12월 1일 이후 가입된 개인 실손보험과 단체 실손보험이 중복인 경우에는 두 상품 중 자기 부담금이 낮은 조건이 적용된다.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실손보험에 중복 가입됐다면 한 상품을 일시 중지하는 게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면서도 “중복 가입으로 자기 부담금 완화와 치료비 한도 상승 등의 이점도 있다”라고 했다.
☞올받음은
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을 비롯한 배상 책임, 교통사고 등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